독도가 분쟁지역? 尹격노 부른 국방부 교재…결국 전량 회수

정진우 2023. 12. 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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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5년만에 개편해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교재에는 독도 문제를 '영토 분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장병들의 정신교육 책자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표현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교재 197~198페이지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신전력교육 교재 속 내용은 사실상 한·일 양국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하는 문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정부의 입장에 배치될 수 있다. 나아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며 분쟁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영유권 주장을 이어가려는 일본 측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尹 크게 질책하고 엄중 조치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전력교육 교재 속 독도 관련 내용에 대해 즉각 시정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교재 속 독도 관련 표현에 크게 질책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28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인 것처럼 기술한 것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는 서면브리핑에 “크게 질책”“엄중 조치” 등의 날 선 표현이 담긴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이 이번 독도 관련 문구를 '참사' 수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역대 정부는 독도 영유권 분쟁에 최대한 로우키로 대응하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 내의 전시물. 뉴스1

역대 모든 정부는 독도를 우리 고유 영토로 규정하는 동시에, 독도의 분쟁지역화 자체를 금기시했다. 한국이 이미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조장하는 영유권 갈등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전략·전술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본 시마네(島根県)현에서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하고, 일본 정부는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는 것 역시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다. 일본 방위청 역시 지난해 방위백서에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표기했다.


한반도 지도에도 독도 빠졌다


국방부가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교재 속 한반도 지도에는 독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발간·배포한 정신전력 교재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재에는 총 11회에 걸쳐 한반도 지도가 실렸는데, 모든 지도에 독도는 아예 표기조차 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무감각'수준을 넘어 군의 존재 이유인 ‘영토 주권 사수’에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방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질책 직후 국방부는 곧장 정신전력교재 전량 회수 방침을 밝혔다. “국가관·대적관·군인정신 확립”을 목표로 5년 만에 교재를 전면 개편해 배포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국방부는 “(교재에) 기술된 내용 중 독도영토 분쟁 문제, 독도 미표기 등 중요한 표현상의 문제점이 식별돼 이를 전량 회수하고, 문제점들은 감사 조치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 뒤집은 軍…"주변국가 주장"→"문제점 식별"


지난 14일 박인수 육군참모총장은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해 정신전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육군 제공
다만 국방부가 교재 전량회수의 이유로 “표현상의 문제점 식별”을 언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독도 관련 표현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당초 “주변 국가들이 (독도) 영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교재 내용은 국방부의 입장이 아닌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주변 국가의 인식을 설명하는 문구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만약 대통령의 질책이 없었다면 교재 배포를 이어갔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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