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진 안보실장, 이스라엘 탈출 국민 손 잡아준 '츤데레' 전략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 내에서 보기 드문 전략가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선 굵은 외교’를 해왔다.
장 신임 실장은 외무고시 16회로, 외교부 북미국장과 청와대 외교비서관, 외교부 장관 특보 등을 지냈다. 북미국장 시절 한·미 간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출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확장억제전략협의회(EDSCG)와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한·미 동맹의 안보 공약이 진화하는 토대가 됐다.
한·미 2+2 장관회의 출범에 핵심 역할
문재인 정부 당시 한직이라도 맡아 정년을 채울 수 있었지만, 격에 맞지 않는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사표를 낸 뒤 퇴직했다. 그 자체가 공직사회에서는 드문 일로, 외교관 후배들이 엘리트 외교관으로서 경력의 급격한 부침을 겪으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한 그를 귀감으로 삼는 이유다.
장 실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준비 과정에서 한·일 정책협의단의 일원으로 방일해 주요 현안 등을 논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때부터 그의 출중한 능력을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장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주러 대사를 역임했다.(2022년 8월~2023년 4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정부의 대러 제재 동참 등으로 한·러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비우호국 대사’라는 한계에도 러시아의 정부 및 민간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만나며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였고, 이내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을 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할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 서방 국가들과 완전히 적대관계가 된 러시아가 한국까지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 비우호적 관계 속에서도 협력 가능한 선을 적절히 설정한 결과였다.
대표적 ‘미국통’…대중외교도 중시 ‘균형 감각’
외교부 내의 대표적인 ‘미국통’이지만, 이처럼 대러 외교 최전선에서 근무한 경험 등으로 균형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팀 2기의 최우선 과제인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속마음은 따뜻한 이른바 ‘츤데레’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어려운 후배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성격으로, ‘형님’으로 따르는 외교관도 여럿이다.
장 실장의 이런 성정이 잘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국민을 국내로 수송할 때였다. 당시 정부는 전쟁 지역에 과감하게 군 수송기를 띄워 국민 163명을 데려왔는데, 장 실장이 1차관으로서 해당 작전을 사실상 총지휘했다.
국민을 실은 군용기가 성남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45분이었는데, 귀국한 국민들이 외진 성남공항에서 이동하기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역 등까지 버스를 제공하고 숙소 예약도 지원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장 실장 본인은 직접 공항에 나가 군용기에서 내리는 국민과 한사람씩 악수하고 “고생 많으셨다”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장호진-조태용-조태열 이미 ‘원 팀’ 경험
국가안보실장인 그가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외시 14회),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외시 13회)보다 후배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들은 이미 ‘원 팀’으로 일한 경험도 있어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재임시 조태용 1차관-조태열 2차관-장호진 장관 특보는 모든 주요 현안 협의에 참여하는 핵심 그룹이었다.
‘외유내강’ 김홍균 1차관…북핵 대응 선봉장
김 차관은 스마트하고 깔끔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리더십의 의중을 간파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말 수는 적지만 정말 중요한 사안을 판단할 때 가장 적확한 조언을 하는 참모”라는 평을 듣는다.
北 두둔 러시아에 차분히 대응…사과 받아내
김 차관은 외교 현장에서 어려운 상대의 마음도 열게 하는 선한 심성과 예의 바른 태도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한반도본부장 시절 러시아와 북핵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측 대표가 북한을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하며 언성을 높이는데도 김 차관은 차분함을 잃지 않고 조목조목 핵심을 짚어가며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고 한다. 결국 김 차관의 설명이 모두 끝난 뒤 러시아 측 대표는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는데, 당시 보고하러 온 외교부 후배들에게 “지난 정부 잘못된 대북 정책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직설해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외유내강형’이라는 평가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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