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4시간 줍고 월 16만원…폐지수집 노인, 전국 4만2000여명
복지부, 노인일자리사업 연계 등 지원대책 발표
하루 평균 5.4시간, 일주일 중 쉰 날은 고작 하루. 이렇게 번 돈은 월 15만9000원이다. 폐지 수집을 하는 주 목적은 ‘생계비 마련’ 때문. 우울증상 보유 비율도 전체 노인에 비해 2.9배 높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표한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첫 실태조사 결과다. 이같은 전국 폐지 수집 노인은 4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 남성이 57.7%으로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1대1 대면조사 방식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지 수집 활동을 하는 주 목적은 ‘생계비 마련’(54.8%)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29.3%는 ‘용돈이 필요해서’, 9.1%는 ‘건강 관리’를 위해 폐지 수집을 한다고 밝혔다.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타 직종 구직 곤란’이라는 답변이 38.9%에 달했다.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활동’(16.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폐지 수집 노인의 주머니 사정은 다른 노인에 비해 더 팍팍했다. 폐지 수집 노인의 월 평균 개인소득은 74만2000원, 가구소득은 129만8000원이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조사된 전체 노인의 개인소득 129만8000원, 가구소득 252만2000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폐지 수집 노인의 총 소득에서 기초연금과 폐지 수집 활동 수입의 비중이 65%에 이른다. 주된 소득원은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49.9%)이었다. 폐지 수집 활동은 15%, 공적연금 13.9%, 기초생활보장급여 9.6% 순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 노인 중 기초연금은 93.2%가 수급하고 있으며, 공적연금은 24.9%,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도 12.7%였다.
건강 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폐지 수집 노인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 건강하지 않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32.7%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56.9%, 14.7%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폐지 수집 노인 중 ‘우울 증상’ 보유 비율이 39.4%였다. 전체 노인 13.5%에 비해 2.9배 높았다.
대부분은 건강 악화나 해고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해 폐지 수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폐지 수집 노인 중 65세 이전 경제활동 수행 경험이 있는 비율은 85.9%이며, 이들의 평균 경제활동 기간은 23.7년이다. 경제활동 중단 사유는 ‘건강 악화’ 39%, ‘해고·명예퇴직 등’ 26.1%, ‘근로 환경 불만족’ 13.6% 등이다.
이에 향후에도 폐지 수집 활동을 지속하려는 의지도 강했다. 계속 폐지 수집 활동을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향후 일을 그만둘 때 고려사항으로는 ‘건강상의 문제’가 72.5%를 차지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의 애로사항은 ‘폐지 납품 단가 하락’(81.6%),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 ‘날씨’(23%) 순으로 조사됐다.
폐지 수집 노인들은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필요한 지원을 묻자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이 85.3%로 가장 높았고 △식료품 36.9% △생활용품 26.9% △일자리 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12.6% 등 답변이 나왔다.
지자체별 전수조사 실시…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도 지원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 수집 노인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각 시·군·구는 고물상을 방문해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폐지 수집 노인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명단은 정부의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인 ‘행복e음’에 입력해 주기적으로 지원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 복지부는 ‘폐지 수집 노인 지원 표준 조례(안)’을 마련해 지자체가 조례 제·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을 실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도 연계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 중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였지만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폐지 수집 노인의 개별적인 복지 욕구를 조사한 뒤 사업 참여를 희망하면 더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월 29만원, 사회서비스형은 월 76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박문수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지난 27일 사전설명회를 통해 “연령대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다른 건 아니다”라며 “본인 희망에 따라 약간의 소득만 더 얻어도 된다거나 고령이면 공익형, 건강하고 소득향상 욕구가 강한 분이라면 사회서비스형으로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른 지원 방안을 뒀다. 실태조사 결과 향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7.7%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참여 사유는 ‘폐지 수집이 익숙해서’ 37.9%, ‘즉시 현금 수입’ 14.8%, ‘혼자 일하기 선호’ 12.6%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면,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가칭)’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하는 일은 폐지 수집 활동과 유사하지만 방한용품, 야광장치 등 안전용품을 지원하고 상해보험 가입을 통해 안전 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20여만원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현재 사업단엔 2500여명의 노인이 참여해 월 평균 37만6000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박 과장은 “실태조사 결과 우울증상을 보유하거나 개인활동을 선호하는 성향도 두드러졌다. 폐지 수집활동을 지속하려는 어르신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폐지 수집은 계속하되, 사업단을 통해 보다 안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방한 장비, 상해보험 가입, 활동비 지급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폐지 수집 노인에 연계된 보건복지서비스 현황을 점검하고, 신청하지 못했거나 누락된 제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살핀다.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 대상자에 해당할 경우, 보건소 등에서 시행하는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연결한다. 또 가구원 중 우울증, 치매 등을 앓고 있는 경우 시군구 희망복지 사업단의 통합사례관리를 지원해 개별적인 보건·복지 욕구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빈곤 노인의 대표적 이미지로 묘사되던 폐지 수집 노인의 현황, 생활 실태 및 복지 욕구 등을 최초로 조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폐지 수집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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