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거론→사생활 보도…이선균 내몬 상황들에 자성 목소리 [IS포커스]

권혜미 2023. 12. 28.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던 배우 이선균이 숨졌다. 혐의와 관련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이선균 또한 사망 하루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수사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일각에서는 내사 단계에서부터 실명이 거론된 점과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내용까지 유튜브와 언론 등을 통해 반복해서 공개된 게 결국 이선균을 궁지로 몰았다며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28일 “이선균 사건은 처음에는 내사 단계였지만 이후에는 여론재판 형식으로 흘러간 측면이 있다. 이선균의 진술이 줄곧 일관됐음에도 일부 매체에서는 이선균이 혐의를 인정하거나 진술을 번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점이 세간의 인식을 더 안 좋게 만들며 부당하게 작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물론 사망했다고 어떤 사람의 모든 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선균에게서는 아무런 증거가 나온 게 없다. 그럼에도 그를 유죄로 몰고 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균의 마약 혐의는 공갈 혐의에 대한 증거는 그에게 고소 당한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진술뿐인 것으로 점점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선균은 A씨의 진술에 따라 내사를 받기 시작했고 피의자로 전환까지 됐지만 간이 시약 검사와 소변검사, 모발검사 등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선균은 24일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을 통해 A씨의 진술만 있는 만큼 신빙성을 가려달라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경찰에 먼저 의뢰하기도 했다. 사망 하루 전까지 혐의를 벗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진=IS포토
하지만 이선균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약 두 달 만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충격적인 소식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 확산,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보도, 경찰 수사 과정의 과도한 공개 등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선균의 사망 전날까지도 그에게 압박이 가해질 위험이 있는 보도가 지속적으로 쏟아졌다. 26일 JTBC는 이선균이 경찰조사에서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내용을 보도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같은 날 이선균과 A씨가 나눈 16분 가량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선균의 사생활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내용들일 뿐더러 경찰에서 흘러나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선균 사건의 타임라인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면 경찰과 언론의 무리한 행태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10월 인천경찰청이 영화배우 L씨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처음 등장했고, 이선균을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여러 힌트들이 나오면서 끝내 이선균의 실명이 밝혀졌다. 내사 단계에서 실명이 거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선균의 루머와 이슈들이 경찰발로 흘러나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에 무수한 가짜뉴스가 양산됐다. KBS는 지난달 이선균이 A씨에게 고백하는 통화 내용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선균의 가정사, 과거 일화나 발언 등이 계속해서 언급되면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이선균의 변호인이 지난 23일 3차 소환 당시 비공개 요청을 했지만 경찰이 거부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는 사건 관계인을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드래곤이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결국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선균이 이번 사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시점에 본질과 무관한 내용들이 흘러나왔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선균 사건의 본질은 마약 투약 여부다. 유명인인 만큼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진상은 흐려진 채 자극적 가십만 난무하다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됐다.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이선균의 매니저가 “(이선균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위치추적 끝에 이선균의 신원을 확인했다. 피의자 신분인 이선균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그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