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각도 15도 정도만?…與의 한동훈∙이재명 '투샷' 고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상견례를 앞두고 여권이 고민에 빠졌다. ‘검사 한동훈 대 피의자 이재명’의 구도로 4·10 총선을 치르려는 여권 입장에서 두 사람의 첫 ‘투샷’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9일 비대위 출범과 함께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을 차례로 예방할 예정이다. 여야의 차기 대권 주자인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정당 수뇌로서 처음 직접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총선에서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첫 만남에서 가볍게 목례 정도 하는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흔히 말하는 ‘90도 인사’나 ‘폴더 인사’가 아닌 “15도 정도만 숙여야 한다”며 구체적인 인사 각도까지 거론하는 인사도 있다. 한 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연설 때부터 ‘반(反)이재명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수준의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2018년 당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취임 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단 한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뻣뻣한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본래 국민의당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대립하다, 조 대표가 민평당을 창당해 분당하면서 갈라서게 됐다. 이후 국민의당에서 빠져나온 비례대표의 출당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여권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태도가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민평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반면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고,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 스스로 ‘이재명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지 않았냐”며 “‘대표 대 대표’의 입장에서 마주하는 자리이니 대인배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도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서로를 향해 적대적인 대표들이 만나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전례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2017년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을 때다. 당시 두 사람은 팔짱을 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탄핵정국이 이어지던 당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대표는 따로 예방하지 않은 홍준표 당시 대표는 ‘양당 대세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민주당 대표만을 예방했었다. 이에 추미애 당시 대표도 거대 양당의 협치를 강조하며 ‘협치 팔짱’으로 응한 것이었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검사 때와 다른 ‘정치인 한동훈’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라며 “한 위원장 스스로도 이재명 대표와 어떻게 첫 대면을 할지 고민하고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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