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태영건설發 위기, 연착륙 가능…자구안 잘 협의될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후 건설업계 위기 가능성에 대해 "조금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나 적극적 자금지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계획이 이어지고, 금리나 거시(Macro) 상황이 개선되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 방안 브리핑에 참석해 "불안감이 확산하면 시장참여자들이 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이렇게 되면 건실한 곳도 어렵게 되는 만큼 불안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 (경제금융 분야 수장 협의체인) F4 회의를 중심으로 정부가 알 수 있는 모든 위험요인은 관리하고 있다"며 "아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건설사 지원대책도 별도로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태영그룹 측의 자구 계획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구 계획 규모 등은 채권단과 태양 그룹 측이 협의할 것"이라면서 "협의과정에서 채권단이 납득하도록 태영그룹 측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음은 이어진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
▲태영그룹은 현재까지 약 1조원의 자구노력을 진행했다.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고, 한국투자증권에서 골프장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고, 티와이홀딩스가 4000억원을 지원했다. 오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상거래채권부터 상환하게 된다. 이후에도 태영그룹이 추가적인 자구 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아직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추후 (PF) 사업장을 어떻게 할지 정리가 되면 이후 (사재출연 규모도) 공개될 것으로 본다. 대주주도 일부 사재출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에도, 담보로 내놓은 골프장에도 대주주 개인 지분이 있고 이를 출연하고 있고, 또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사재출연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 높고 충분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SBS 등 주요 계열사 매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계열사 매각의 경우 대주주의 판단사항이지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부실 건설사 옥석가리기'를 언급했는데 오늘 대책 회의에선 '연착륙'이 주로 거론된다. 앞으로 다른 건설사가 부실화되면 지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건가.
▲F4회의 일관된 메시지는 'PF와 건설업의 질서 있는 연착륙'이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워크아웃은 '상시적 구조조정'이다. 건강한 경제시스템은 기업에 회생(법정관리)이나 파괴보단 한 번 더 기회를 줘서 재구조화를 하거나 살아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표현의 문제다. 옥석 가리기나 구조조정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연착륙과 늘 같은 얘기다.
-대책을 보면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HUG 역시 전세사기 등 보증사고 문제로 올해 순손실을 기록할 상황인데 문제는 없나.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최근 국회에서 HUG의 보증여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HUG는 자기자본의 70배까지 보증이 가능하도록 여력이 확대된 만큼 수조 원 수준으로 (출자를) 협의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해당 기업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인 만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작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세금이나 금융지원으로 특정 기업을 돕는 게 아닌가.
▲그런 일은 없다. 워크아웃은 자구노력을 통해 태영그룹이 자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 원칙에 기초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으니 정부가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금융기관이 늘 부여받았던 임무다.
-지난해 말부터 태영건설 등의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 해 왔다고 하는데, 현재 정부가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는 건설사 숫자는 얼마나 되나.
▲공식 석상에서 특정 회사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분야(태영건설)도 올해 10월부터 언론상에 오르내리며 촉발된 부분이 있다.
-'아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나.
▲현재 특별히 걱정스러운 곳은 보이지 않는다. 여러분이 염두에 둔 회사도 태영건설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현금도 많고 차환도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상시로 모니터링 중이다.
-하도급사의 경우에도 만기 연장 등 지원방안이 마련됐는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파악하고 있는데 대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대부분 하도급사가 조경, 인테리어 등 소규모 업체인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에서 애로센터를 구성해 대응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 채권단의 원활한 협의와 협조, 시장의 신뢰, 대한민국 건설 경기 개선 등 '4박자'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고 본다. 청산이 이익인지, 정상화가 이익인지는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여기에 달려있다. 이것을 위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PF 사업장 전반에 과도한 자금회수 분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자금회수 움직임이 조금은 있었다. 이후 정상화할 수 있는 사업장엔 자금을 공급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정상화가 불가능한 사업장은 공매 처분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는 일관된 방침이고 그 과정에서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겠다.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얼마만의 일인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대우건설이 금호산업에 매각됐고, 이후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2014~2015년까지 정리작업이 진행됐고, 2016년 이후론 (건설업이) 호황기였다. 호황기 때 건설사들이 상당한 체력을 쌓았고, 현재는 이때 쌓은 체력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다. 이젠 시간과의 싸움이 아닌가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건설사는 얼마나 되나
▲도급순위 50위권 내 건설사의 경우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도급순위 300위권 이내 일부 기업은 일부 회생절차를 밟은 사례도 있다. (기업) 본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관여된)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태영건설 채권자 숫자는 얼마나 되나
▲태영건설 자체의 채권자는 당국도 숫자나 만기 구조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PF 사업장은 각기 대주단이 따로 있는 만큼 산업은행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본체는 10여곳이고 PF 사업장은 그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혹시 불발되면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 4박자 모두 맞아떨어지기가 쉽지는 않으나, (태영그룹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고 이는 결국 (워크아웃 개시 조건인) 채권단 동의 75% 얻느냐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때는 금융지주사, 증권사 등도 고통 분담 차원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조성에 협력했는데, 차후 마련될 건설업 대책에 건설사의 고통 분담안도 담기나.
▲지난 9·26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건설공제조합 등이 재원을 내 6조원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건설사가 낸 재원을 바탕으로 한다. 해당 건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26일 진행된 F4회의의 주된 논의내용은 무엇이었나.
▲경제금융 수장 협의체인 F4회의는 비공식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래야 깊이 있고 밀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상황을 금융감독원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해 왔던 만큼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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