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가정 없다? '과몰입 인생사'로 나비 효과 보여줄 것"

이영광 2023. 12. 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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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93] SBS <과몰입 인생사> 연출하는 손정민 PD

[이영광 기자]

지난 9월 2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되어 호평받았던 SBS <과몰입 인생사>가 28일부터 정규 편성되어 시즌제로 방송을 시작한다. 역사 토크쇼인 <과몰입 인생사>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정적 순간 나라면 어떤 선택 했을지 가정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22일 <과몰입 인생사>를 연출하는 손정민 PD와 전화 연결해 정규 방송에서 달라지는 점들에 대해 짚어 보았다. 다음은 손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새로운 미래 만들어갈 수 있어"
 
 손정민 PD
ⓒ SBS 홍보팀
 
- 9월에 파일럿으로 방송되었던 <과몰입 인생사>가 시즌제로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계시는데 준비는 잘 되어가나요?
"눈코 뜰 새 없이 진짜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요. 그래도 열심히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 따라가는지 제작진들도 담당하는 주제 인물에 점점 과몰입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특정 인물을 오래 취재하니 회의하다 보면 그 인물의 어떤 좋은 면들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하기도 하고, 심지어 성격도 닮아갈 때가 있어요. 지금은 방송이 임박하면서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요."

- 프로그램 준비하는 느낌이 파일럿 때와 다를 것 같아요.
"아무래도 파일럿은 영화 한 편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드라마 시리즈를 준비하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 <과몰입 인생사> 모르는 분들 있을 텐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 주세요.
"<과몰입 인생사>는 누군가의 인생에 '과몰입'하여 그 사람이 겪었던 선택의 순간에서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고 실제 선택까지 내려보는 프로그램인데요. 그 결정에 따라 어떤 나비 효과가 일어나 현실이 뒤바뀔지 상상이 더해진 선택형 역사 프로그램입니다."

- 역사엔 가정이 없다고 하잖아요. 근데 왜 가정 하려고 하나요?
"이화여대 미국사 김일년 교수님께서 제작진에게 멋진 말을 해주셨는데요.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역사학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라는 거죠. 실제 일어난 사실 자체는 우리가 되돌릴 수 없는 과거로 끝났을지언정, '만약'이라는 가정을 통해 또 새로운 미래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좀 더 능동적인 역사에 대한 상상을 펼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 가정해 보는 게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과거의 역사는 바꿀 수 없더라도 우리가 그런 상상을 통해 깨달은 바로 앞으로의 선택들은 바꿔 나갈 수 있잖아요. 그것이 아마 우리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가정을 통해 그 자체로만 이해했던 단일한 사건 보다 복합적인 맥락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요."

- 그런데 가정은 너무 허황된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임의로 상상한다기보다 전문진 분들께 자문을 많이 여쭤보고 있어요. 전문가분께서 오히려 저희도 몰랐던 디테일들에서 나오는 놀라운 상상을 펼치실 때도 있고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딱 들었을 때는 '사람 손가락이 소시지가 된다고?'란 충격이 있는데 듣고 보니까 '소시지가 될 만도 하다(?)'는 느낌을 지향하고 있어요. 당연한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도록 상상의 재미가 있어야 하죠. 하지만 당연히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선 안 되고요. 놀라움과 개연성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자문위원 선정하는 것도 고민이었을 것 같은데 자문위원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일단 크게는 그 인물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있고 또 그분과 관련된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후자 같은 경우는 저희가 따로 어떤 기준을 둔다기보다 전공에 따라서 전문성 갖춘 분들이라고 판단되면 일단 연락드립니다."

-  MC로 코미디언 이용진, 가수 이찬원·이지혜, 걸그룹 '엔믹스' 리더 오해원이 맡았어요. 파일럿과 약간 다른 것 같은데 섭외 이야기가 있을까요?
"MC진 변동이 생겼는데 다른 이유라기보다 편성이나 스케줄 때문에 무척 아쉽게 되었어요. 새로운 MC진을 구성함에 있어서 함께 선택을 만들어가는 멤버들이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연령대 등을 골고루 담을 수 있도록 생각했어요. 또 깻잎 논쟁 같이 깻잎 한 장 가지고도 재밌게 풀어주실 입담꾼들로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이소룡-이경규, 환상의 커플이 첫 회 주인공"
 
 SBS <과몰입 인생사>의 한 장면.
ⓒ SBS
 
- 시즌제에서 달라지는 점은 뭘까요?
"파일럿에서 시즌제로 넘어오면서 아무래도 지난번에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는데 회차가 늘어나다 보니까 다루고 싶었던 국내 인물 그리고 빌런들의 이야기도 다루게 되었습니다. 특히 빌런은 그 사람에만 집중한다기보다 어찌 보면 그 사람을 둘러싼 주변인들까지 더 큰 맥락에서 과몰입해 보고 반면교사 삼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파일럿에서 보면 사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고 결과만 알라는 게 아쉽더라고요. 안 가본 길이라 스토리를 붙이면 더 흥미로울 것 같거든요.
"저희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면 반대되는 입장으로, 그 주인공 이야기를 계속 더 듣고 싶은데 흐름을 끊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양측 다 일리가 있어서 어려운 밸런스 게임 같네요.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나 달라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 푸는 것까지는 무리일 수 있겠지만 좀 더 그 세상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들 강화해 보려 하기도 해요."

- 역사 왜곡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아마 실제 역사가 이렇다는 전제로 틀린 정보를 드린다면 역사 왜곡이 될 텐데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 어떤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본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존의 역사 왜곡 논란과 조금 맥락이 다르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실제 있었던 사실인지 팩트 체크를 열심히 하는 게 제작 과정 중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너무 허무맹랑한 상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 그럼 역사 왜곡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거로 보세요?
"자유롭진 않죠. 그렇다 보니 팩트 체크를 하는 게 제작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요. 가끔 팩트 체크 하는 게 오타를 잡아내는 것과 비슷할 때도 있긴 해요. 열심히 조사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생기거나 자료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 기본적인 부분은 당연히 있죠."

- 가장 궁금한 게 어떤 인물 다룰지일 거 같아요. 라인업 짜셨을 것 같은데 소개 가능할까요?
"저희가 이번에 8부작 하는데요. 첫 방송은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액션 스타 이소룡을 다루게 되었는데 이소룡 얘기를 누구보다도 잘 다뤄줄 수 있는 특급 텔러가 나오시거든요. 진짜 과몰입이 엄청 나가셔가지고 저희가 다 그 과몰입 에너지에 기가 눌릴 정도로 넋을 놓고 봤어요. 이소룡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경규 선배님께서 인생 텔러로 등장합니다."

- 첫 회를 누구로 할지 고민이었을 거 같아요. 첫 회를 이소룡으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 '과몰입 인생사'잖아요. 이야기 들려주는 분이 인물에 대한 몰입이 클 때 주는 에너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사 속 인물과 지금을 살아가는 인물 간의 환상의 커플 케미 측면에서 선정하게 됐어요. 이소룡-이경규, 이 환상의 커플만큼 강력한 조합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끈끈하시잖아요. 실제로 선배님께서 본인 인생 전체가 과몰입이었다. 이소룡이 내 인생을 바꿔버렸다고까지 말씀하실 정도로요. 그러면 궁금하잖아요. 무엇이 그렇게 매력이 있는 걸까란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그의 인생이 진짜 드라마틱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자 1회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진짜 과몰입의 끝판왕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1부에서 과몰입의 끝판왕이 나오면 너무한 거 아닌가요? 나중에 보여줄 게 없을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안 그래도 이경규 선배님도 제작진 걱정을 해 주시더라고요. '나 같은 끝판왕 이후에 누가 오냐'면서요. 실제로 애정도 측면에서는 경규 선배님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도 같지만 또 쟁쟁한 분들이 계십니다. 배철수 선배님이 한 번 또 나와주시거든요. 이번에는 비틀즈 존 레논을 다루시는데 마이클 잭슨 때보다도 몰입이 더 크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꼭 몰입이라는 게 사랑하는 마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대체 이 인간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에 대한 지적인 몰입도 있으니까요. 시대의 악인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 관전 포인트 짚어주세요.
"일단 스튜디오가 조금 독특한 편인데 크로마키 같은 합성이 아닌 현장에서도 그 세계가 보이는 확장 현실 기술(XR)이에요. 게임을 만들기도 하는 엔진으로 주제에 맞는 가상의 세계를 매번 만드는 것인데요. 이렇게 늘 새로 짓는 집에 초대해 드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즐겁게 봐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때 역사 속 인물들이 실제 어떤 선택을 했는지 퀴즈 푼다기보다 '진짜 나라면 어땠을까'나 '이렇게 내 인생으로 치환해서 본다면 내 삶에서 더 선택의 고수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과몰입 인생사>가 파일럿에 정규 시즌으로 이번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 많이 준비했으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28일 저녁 9시 첫 방송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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