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그릇, 한 자리에 계속 놔둬도 되나요?” 돌봄 가이드라인 나와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3. 12. 28. 14: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길고양이 먹이는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급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급여가 끝난 후엔 공중 보건을 위해 밥그릇을 치워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길고양이 복지 개선 협의체’ 논의를 거쳐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외 논문과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되, 국내 실정을 고려해 몇몇 내용은 일부 조정됐다. 

가이드라인은 ▲길고양이 중성화 방법 ▲밥자리 선정 시 고려할 점 ▲길고양이 돌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길고양이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 등의 정보를 망라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길고양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암수 모두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 열악환 생활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보면 암컷 길고양이의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수컷 고양이를 중성화하면 번식기에 일어나는 발정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개체 간 싸움 빈도도 감소한다. 정부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성화를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려면 해당 지역과 군집 안의 길고양이 대부분을 중성화해야 한다. 이에 길고양이를 돌보며 중성화 여부를 파악하고, 중성화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돌봄에 병행돼야 한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돌봄을 받으며 먹이를 과다섭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끼리 소통해 각자의 돌봄 대상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 먹이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급여해야 하며, 하루 한 번 급여가 원칙이다. 밥그릇에 먹이가 항상 채워져 있으면 고양이들이 먹이를 먹으러 오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 돌보는 고양이의 개체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루 한 번만 급여하면 처음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길고양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응 기간이 끝나면 매일 같은 시간대에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게 된다. 먹이를 먹으러 온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한 번 급여가 바람직하다.

급여한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엔 남은 먹이와 밥그릇, 쓰레기, 배설물 등을 바로 수거해야 한다. 언제나 찾아와 먹을 수 있도록 먹이를 가만히 뒀다간 해충과 쥐 등이 번식해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점이 인정될 경우 폐기물관리법이나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야생동물들이 찾아와 고양이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진드기 같은 외부기생충과 감염병이 길고양이에게 옮을 위험도 있다. 실제로 지붕이 있는 급식소 내부에 고양이 먹이를 둔 결과, 너구리, 비둘기, 쥐, 까치 등이 들어와 길고양이 먹이를 섭취하는 것이 서울시 모니터링 결과 확인됐다. 이에 미국과 영국의 가이드라인에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급여한 지 30분 후에 수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병원·놀이터 등 감염 취약자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 ▲지하 주차장 ▲차량 하부 ▲도로 주변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밥자리로 적절치 않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길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용하고 외부 노출이 적은 장소가 좋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밥자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밥자리를 특정 장소에 지속적으로 설치하려면 해당 공간의 관리자나 소유자에게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원, 녹지 등에 설치한 밥자리가 무단적치물로 간주돼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오는 것을 막으려면 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타인의 사유지나 공동주택에 동의 없이 밥자리를 설치했다간 주거침입 또는 건조물(기둥과 지붕, 천정으로 구성된 구조물) 침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길고양이 밥자리로 적절한 곳과 적절하지 않은 곳./사진=농림축산식품부
특히 주차장에 밥자리를 마련했다가 고양이로 인해 차량 보닛에 흠집이 난 경우, 손해 배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주차장이 아닌 공터 등 다른 공간에서 급여할 수 있음에도 차량에 피해가 갈 수 있는 곳에 식기를 뒀을 때다. 이 경우, 길고양이 돌보미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고, 주차장에서 밥을 주는 행위가 차량에 손상을 가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50조에 의한 배상책임이 요구될 수 있다.

이재식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성이 있지는 않으나, 자율적 실천을 위한 권고사항인 만큼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싼 시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원문은 ‘국가동몰보호정보시스템’과 ‘동물사랑배움터’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