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템퍼링 문제 여전…나랏돈 끌어온 콘진원의 역할 [D:이슈]
대중문화예술계에선 암표 문제, 템퍼링 등의 전속계약 문제, 예술인들의 심리적 불안 호소, 업무 환경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하면서 건강한 대중문화예술 산업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올해 가장 큰 사건은 피프티 피프티로부터 시작된 템퍼링 이슈다. 이들은 지난 2월 발매한 첫 번째 싱글 앨범 ‘더 비기닝 : 큐피드’의 타이틀곡 ‘큐피드’로 데뷔 130일 만에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00위로 진입하며 ‘중소돌의 기적’으로 물리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6월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활동 강행 등 계약을 위반했다며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어트랙트는 “외부 세력의 피프티 피프티 멤버 강탈 시도가 있었다”며 외주업체 더기버스의 템퍼링(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접촉 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항고를 기각했고, 이 과정에서 멤버 키나만 어트랙트로 복귀했다. 어트랙트는 키나를 제외한 멤버 3인(새나, 시오, 아란)에 대한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했으며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를 업무방해, 전자기록등손괴, 사기 및 횡령,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피프티 피프티 외에도 ‘소년판타지’ 출신 유준원은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조 판타지 보이즈에 이름을 올렸으나 데뷔 전 계약서를 작성하는 상황에서 무단이탈 및 수익 분배 문제로 팀에서 제명됐다. 이에 유준원은 제작사 펑키스튜디오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펑키스튜디오가 제시한 계약 내용 대부분이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른 것이라며 기각했다.
피프티 피프티, 유준원 사태와 관련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연예인들이 영향력을 악용, 표준전속계약서의 허점을 이용해 기획업자에게 전속계약 해지 통보와 소송을 제기한다고 지적하며 기획업자와 연예인의 대등한 관계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연예인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법원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정해주는데 템퍼링을 처벌할 조항도 없다. 템퍼링에 업무방해죄나 배임죄를 적용하려 해도 처벌이 낮은데 입증도 어렵다”면서 “회사의 앨범 상표권 같은 지적재산권 보장과 방송국의 매니지먼트·유통·제작 독과점 방지, 암표 근절, 피프티 피프티 사건 템퍼링 관련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소속 연예인 인성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피프티 피프티 사건 판례가 연예인 템퍼링 근절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콘진원 공정상생센터에서는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제작스태프의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공정 상생 환경 조성, 공정한 음원 유통 환경 조성, 콘텐츠 분쟁 해결 지원 등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약 3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론 음원·음반 사재기와 암표근절 등에 4.5억원,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직무역량교육, 상담지원, 공정계약) 등 창작기반 조성에 18.24억원, 분쟁해결 등에 4.42억원 등이 편성됐다.
앞서 콘진원은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하고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정상생센터의 역할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에 달하는 등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조치가 취해진 것은 ‘0건’으로 부실 운영이 문제가 됐다.
올해는 범위를 확대하고, 더 적극적인 분쟁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콘진원 최종원 공정상생센터장에 따르면 기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권익 보호에 힘썼다면, 내년에는 대중문화예술인 및 현장 종사자 표준계약서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한 권익 보호 기능을 강화한다. 또 공정한 음원유통 환경 조성 지원 사업(음원 사재기, 암표) 부분에서는 공연법 개정 등 관련 법률 정비로 공연 분야 매크로를 활용한 암표 거래자 경찰 고발 등 사법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케이팝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그 예산을 얼마나 적절하게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며 “대중문화예술 콘텐츠가 제대로 대우 받고,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 단순히 대중문화예술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콘진원 역시 함께 노력해 성숙한 문화예술 환경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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