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도 위기에…금융사 연쇄 충격파 우려 '일파만파'
비은행 부동산 대출 급증…잠재 부실↑
한은 "영향 제한적"…정부 "적시 조치"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우려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이 태영건설에 대준 대출만 7000억원대에 이르는 가운데, 이를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줄도산 사태가 확산되면 금융권에도 연쇄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금융당국도 혹시 모를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총 2조1550억원이다. 이중 장기차입금은 1조4942억원이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함께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다.
국내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차입금)만 보면 총 7243억원이다.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2002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보험사, 증권사, 제2금융권 등도 수백억대 대출을 내줬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보험은 845억원의 PF 대출을 내줘 가장 많았고, 증권사 중에는 KB증권이 412억원으로 가장 많은 PF 대출을 내줬다. 새마을금고도 700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빌려줬고 저축은행, 신협 등도 채권자다.
태영건설의 채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들 금융사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또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하는 등 간접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PF 잔액 134조…비은행 중심 부실 위험↑
더 큰 문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경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우량 건설사들도 부도 위기까지 내몰릴 경우 금융사들이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내준 대출 역시 모두 부실 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또 지난 레고랜드 사태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돼 다른 기업들의 돈줄이 마를 수도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빠른 속도로 급증했다. 연체 잔액도 3조2400억원에 달한다.
아직 부실화하지 않은 잠재 리스크도 불어나는 중이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내준 대출 리스크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후 기업대출이 567조4000억원 증가했는데 이중 부동산 관련 업이 38.8%를 차지했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업에서 175조7000억원, 건설업에서 44조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7.4%로, 은행(24.0%)의 2배 수준이었다.
◆"금융시장 변동성 없어…더 지켜봐야"
한국은행은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후 최근 가격지표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 어음 금리 스프레드가 높아지는 등 변동성 확대는 없었다"며 "계절적 요인으로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표로 인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 역시 "태영건설 사태가 안정적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만약 영향이 있다면 한은도 정부랑 협력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연쇄 도산을 방지하고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금융 리스크까지 옮겨붙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불안 심리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의 규모와 내용을 적시에 대폭 확대‧보완하기로 했다.
◆"부실 PF 사업장 신속 정리해야"
리스크 전이 방지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 쏠림을 방지하고 사업장 옥석가리기를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부동산업 대출이 비은행권 중심으로 부가가치(GDP)를 상회하는 규모로 공급되는 등 금융시스템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다소 저하된 만큼, 부동산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체차익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부동산PF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기업어음 등의 차환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스프레드 상승과 자금조달 비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되, 부동산PF 정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대주단들이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PF 시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부실 PF사업장의 질서있는 정리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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