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관찬 지리지 '여지도서' 보물 된다

이종길 2023. 12.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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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사·지리 연구에 필수적 자료"
'북원수회첩'·'천수원명 청동북' 등도 보물로

조선 후기 편찬된 관찬 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북원수회첩(北園壽會帖)', '칠곡 송림사 석조삼장보살좌상 및 목조시왕상 일괄(漆谷 松林寺 石造三藏菩薩坐像 및 木造十王像 一括)', '천수원명 청동북(薦壽院銘 金鼓)', '예념미타도량참법 권6~10(禮念彌陀道場懺法 卷六~十)', '협주석가여래성도기(夾註釋迦如來成道記)', '금강반야경소론찬요조현록(金剛般若經疏論纂要助顯錄)' 등과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8일 전했다.

조선 영조 재위 각 군현에서 작성한 자료를 모아 완성한 지리지다. 각 도 감영을 통해 수집해 내용이 통일되지 않고 다양하다. 군현에서 작성한 시기는 1760년대 전후. 문화재청 측은 "각 읍지의 호구·전결 등으로 보아 영조 35년(1759)이 기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지도서는 다른 지리지와 달리 군현 읍지 앞에 지도를 첨부했다. 채색 필사본으로, 1면 혹은 2면에 걸쳐 그려졌다. 경기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여섯 도 지도와 영·진지도 열두 매, 군현 지도 296매 등이다. 형식·구성·채색은 제각각 다르나 거리·방위 등이 비교적 정확하다.

문화재청 측은 "군명·산천·성씨·풍속·창고 등 서른여덟 항목에 따른 내용이 '동국여지승람' 등 이전 지리지보다 확대돼 담겼다"며 "추가된 호구·도로 등 사회경제적 항목이 주목할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 후기 사회·경제사 및 역사·지리 연구에 필수적 자료로서 학술 가치가 빼어나고, 현존 유일본으로 편찬 당시 55책의 상태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돼 희소성과 완전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북원수회첩은 조선 숙종 42년(1716) 이광적(1628~1717)이 회방연(과거 급제 60년을 기념해 치르는 잔치)과 기로회(나이가 많아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모임)를 기념해 제작한 서화첩이다. 모두 스무 장으로 맨 앞에 '북원수회도'가 수록됐다. 참석자 명단인 좌목과 시문, 발문도 담겼다. 좌목에는 기로회 참석 대상이 나이순으로 적혔다. 이들의 시는 모임에 앉은 순서로 나열됐다. 문화재청 측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며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한 시문이 담겨 예술·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칠곡 송림사 석조삼장보살좌상 및 목조시왕상 일괄은 조각승 승일, 성조 등이 조선 현종 6년(1665) 완성해 송림사 명부전에 봉안한 작품들이다. 조선 사찰에서 봉행한 천도재 가운데 하나인 수륙재에서 공양을 드린 시방세계 성중들 가운데 일부를 형상화했다. 삼장보살은 천상(천장보살), 지상(지지보살), 지옥(지장보살)의 세계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주로 불화로 표현됐는데 송림사 삼장보살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각으로 제작됐다. 문화재청 측은 "천장보살상에서 발견된 중수 발원문 등에서 조성된 시기와 제작 장인, 1753년경 중수된 사실 등이 확인된다"며 "별다른 손상이나 결손 없이 제작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양민속박물관에 있는 천수원명 청동북은 고려 의종 16년(1162) 제작된 청동북이다. 굵고 가는 선으로 구획하고 각 구역을 문양으로 장식했다. 특히 가운데 구역에는 꽃술들을 삼각 형태로 쌓아 삼각형과 역삼각형 형태로 반복시켰다. 문화재청 측은 "고려 청동북에서 처음 확인된 사례"라며 "몸체 측면에 제작 시기, 무게, 사찰명, 주관 승려 등이 적힌 글씨가 있어 12세기 중엽 중요한 편년 자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정토문(淨土文)'이라 불리는 예념미타도량참법 권6~10은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참회하고 염불할 때 행하는 의례 절차 열세 편이 수록된 불교 의식집이다. 조선 성종 5년(1474) 간경도감(불경 번역·간행을 위해 설치된 임시 기구) 판본으로, 보물로 지정된 해인사판본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선광사 소장본에는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로 인출된 등곡 학조의 발문, 총명사 소장본에는 김수온의 발문이 수록됐다. 성종 비 공혜왕후가 승하하자 시할머니인 세조 비 정희왕후가 명복을 빌려고 간경도감에서 조성했음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측은 "조선 성종 시기 역사와 인쇄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평했다.

협주석가여래성도기는 송나라 혜오대사 도성이 당나라 왕발이 지은 '석가여래성도기'를 알기 쉽게 풀이한 주해서다. 석가모니의 탄생부터 열반에 이르는 일대기가 담겼다. 문화재청 측은 "고려 고종 40년(1253) 새긴 목판을 분사대장도감에서 다시 새겨 찍었음을 알 수 있는 간행정보가 기록돼 있다"며 "13세기 중엽 분사대장도감 운영과 역할 변화 등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분사대장도감은 팔만대장경 조성 사업을 분담하기 위해 1236년경 마련된 임시 기구다.

금강반야경소론찬요조현록은 남송 승려 혜정이 구마라집의 '금강반야바라밀경' 한역본을 알기 쉽게 풀이한 서적이다. '금강반야경', '금강경'으로 약칭되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은 우리나라에서 널린 신봉된 대표 불경. 문화재청 측은 "발문과 간행기록으로 고려 공민왕 22년(1373) 은봉 혜녕의 주도 아래 조성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판본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유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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