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권리 핑계로 억압·파멸 정당화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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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공동의 혐오 대상을 중심으로 모인다.
"모욕감으로 인해 지위를 얻기 위한 지위마저 상실하면 앞서 상실한 지위를 되찾을 자격 자체를 거부당하게 된다." 타인을 억압하고 파멸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용납해주는 이념을 지닌 집단은 바로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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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성' 등 자극적 기사에 지상파까지 합세
타인 억압하고 파멸하는 행위, 정당화하고 용납
대중은 공동의 혐오 대상을 중심으로 모인다. 가장 이상적인 잣대를 들이밀고 미흡하다고 평판을 깎아내린다. 주어진 정보가 불확실해도 혐오를 정당화할 새로운 이유를 만든다. 심리학자 스티브 라이처와 앨릭스 해즐램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람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가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타인을 억압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용납해주는 이념을 지닌 집단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비난과 경멸이 난무하는 사회적 재판. 화두는 주로 언론이 제시한다. 일부는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에 호소한다. 알권리를 핑계로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한다. 이번에 세상을 뜬 이선균씨에 대한 최근 보도가 그랬다. 처음 내사 단계에선 실명을 감춰 법을 지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특정할 요소를 곳곳에 심어둔다. ‘톱스타 L씨’, ‘특유 저음의 목소리’, ‘2001년 MBC 시트콤으로 데뷔’…. 이름이 없어도 다들 한 사람을 떠올렸다.
적잖은 매체가 눈이 빨게져 자극적 기사를 쏟아냈다. 근황, 사주풀이 등을 운운하며 이른바 ‘낚시성’ 기사를 양산했다. 갑자기 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실명이 공개된 후에는 유튜브 채널, 심지어 지상파까지 합세했다. 그런데 보도한 내용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이 없었다. 유흥업소 실장과 나눈 사적인 통화였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준수하기는커녕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노골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 이 씨의 지인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면서도 "통화 녹취록 등이 공개되고 많이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혐의는 석 달이 지났지만 입증되지 않았다. 설령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사전에 이 정도로 모욕감을 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피의자가 연예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레이먼드 버그너와 월터 토레스는 모욕감을 "지위와 지위를 얻은 능력을 철저히 박탈당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모욕감으로 인해 지위를 얻기 위한 지위마저 상실하면 앞서 상실한 지위를 되찾을 자격 자체를 거부당하게 된다." 타인을 억압하고 파멸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용납해주는 이념을 지닌 집단은 바로 언론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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