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發 부동산 PF 위기 현실화에 떠는 캐피털업계

최동현 2023. 12.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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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캐피털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캐피털사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는데 우려했던 부동산 PF 관련 대출 부실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은 이르면 이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전망이다. 워크아웃 임박설에 태영건설 측은 전날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르러 더이상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캐피털사들은 태영건설을 필두로 부동산 PF 부실 뇌관이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초저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때 할부·리스 중심에서 대출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 환경이 위축되고 최근 부동산 경기마저 꺾이면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통계를 보면 9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이다. 이중 여신업계(캐피털·카드 등)의 부동산 PF 규모는 26조원으로 은행(44조원), 보험(43조원)에 이어 3번째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캐피털사 연체율은 4.44%로 은행(0%)과 보험(1.11%)보다 높다.

PF는 단계별로 '브리지론'과 '본 PF'로 나뉜다. 브리지론은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 초기 토지매입과 인허가 등을 위해 캐피털과 같은 제2금융권에서 빌리는 단기대출이다. 사업 위험성이 커 금리가 높다. 시행사는 착공에 들어가기 전 제1금융권을 통해 상대적으로 이자가 저렴한 본 PF 대출을 받고 브리지론을 갚는다.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은행에서 본 PF 대출이 나오지 않아 연체율 증가와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생긴다. 브리지론 비중이 크면 그만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다. 변제순위도 '본 PF, 브리지론 선순위, 브리지론' 순이다. 6월 말 기준 전체 PF 대출에서 브리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저축은행(58%), 캐피털사(39%), 증권사(33%) 순으로 높았다. 한 중견캐피털사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하면 브리지론 선순위까지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금융지주사가 받쳐주는 대형 캐피털이나 할부·리스 중심으로 사업하는 소규모 캐피털은 버티겠지만 그 외엔 적잖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의 자산건전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9월 말 기준 신한캐피탈의 요주의이하여신액은 8422억원으로 전년동기(2788억원)대비 20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3.4%에서 10.3%로 약 3배 증가했다. 요주의이하여신은 연체기간 3개월 미만의 대출금으로 잠재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DB캐피탈의 9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액은 245억원으로 전년동기(44억원)에 견줘 492% 급증했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0.9%에서 6.1%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캐피탈의 요주의이하여신액은 141.8% 늘었고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3.6%에서 8.9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캐피털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내렸다. 지난 20일엔 M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단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DB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0(긍정적)'에서 'BBB0(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캐피털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자산 위험도가 커져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과 시설·운용자금이 포함된 기타부동산 대출 등을 늘렸다"면서 "당분간 부동산 PF보다는 리테일 영업 강화쪽으로 사업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캐피털사 관계자는 "앞으로 우량한 부동산 부실채권(NPL)을 싸게 매입하거나 기업공개(IPO) 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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