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글로벌 미식 트렌드 이끄는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될 것” [쿠킹]

황정옥 2023. 12.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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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영화·음악에서 시작된 한식에 대한 호기심은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농식품 수출액은 88억3천만 달러(약 11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 미식의 본산이라 불리는 뉴욕에는 올해 미쉐린의 별을 받은 한식당이 11곳이나 생겼다. 뉴욕타임스(NYT)에서는 이런 한식의 열풍을 집중 조명하며 “한식이 뉴욕 파인다이닝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요리 독주체제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010년 출범 이후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달려온 한식진흥원의 임경숙 이사장에게 한식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한식의 브랜딩부터 품질관리까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 사진 한식진흥원

Q : 한식의 위상이 달라졌다.
A : 드라마·영화·음악 등 K-콘텐트의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한식 또한 주목받았다. 한식도 이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으며 지난 몇 년간 온·오프라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례로 최근 김밥과 한국식 핫도그가 미국에서 SNS를 통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밥은 현지 대형 마트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켰고, 한국식 핫도그의 뜨거운 인기는 미국 NBC 방송을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지난 10여년간 한식 확산을 위해 한식진흥원이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한식 확산의 기반을 다지고, 국제 이벤트 및 전시 등의 한식 홍보와 한식 진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A : 한식의 인기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한식의 전통성은 지키면서 질적·양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해외 도시별 한식당을 묶어 ‘해외 한식당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한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무 상담, 국산 식재료 지원, 한식홍보행사 개최 등의 한식 품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 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뉴욕·파리·도쿄의 우수한 식당을 선정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8개소를 지정해 국산 식재료와 전통 장류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최근 2023년 하반기 우수 한식당 5개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산·학·연 연계 한식 학술연구, 산업·소비자 실태조사 등을 통해 한식 산업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서울 종로구에 ‘한식문화공간 이음’을 개관해 한식 북 콘서트, 쿠킹 클래스, 전시회 등 다채로운 한식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한식진흥원은 한식 세계화 지원을 위한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 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 한식진흥원

Q : 올해 처음으로 한식 콘퍼런스를 열었다.
A :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지난 10월 국내외 미식 관계자와 셰프, 미디어 등을 초청해 국제 ‘2023 한식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세계적인 미식 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맛의 깊이를 탐험하다(Adventurous Table)’를 주제로 한식의 발전 방향과 글로벌 브랜딩, 한식 인재 양성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분이 한식 브랜드의 국제적 입지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식이 세계 미식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방향성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콘퍼런스에 앞서 이틀간 각국의 미식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김치 문화, BBQ 문화, 채식문화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23 한식 워크숍’을 개최했다. 내년에도 한식 브랜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농림축산부와 한식진흥원이 주최한 '2023 한식 컨퍼런스'에 참여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한식진흥원

Q : 한식이 미식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 :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식당이 많아지면서 미식 세계 속 한식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2010년에는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한식당이 한 곳도 없던 반면에, 2023년에는 한식당이 31곳으로 늘었다. 특히 세계 미식 시장을 주도하는 뉴욕에서 한식의 성장이 놀랍다. 2010년 한국의 ‘정식당’이 미국에 진출한 이후 ‘오이지 미’(‘15년), ’꽃‘(’17년), ‘제주누들바’(’17년), ‘아토믹스’(’18년) 등 역량 있는 한국의 셰프들이 뉴욕의 미식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식재료 면에서도 한식은 세계 트렌드와 잘 맞는다. 발효 음식의 건강함, 궁중·사찰·길거리 음식 같은 다양한 매력, 불판에서 굽는 K-BBQ의 색다른 경험 등 한식 본연의 다채롭고 참신한 요소들이 해외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Q : 한식을 관광으로 연결하는 K-미식 벨트 조성도 추진 중이다.
A : 지역별로 산재한 국내 미식 관련 자원을 파악하고, 식재료-전통주-식품명인-향토 음식이 결합한 미식 관광 프로그램인 ‘K-미식 벨트’를 조성해 국내 미식 관광을 활성화하고, K 푸드 수출 증대를 도모하려고 한다. 미식 해설사 육성, 콘텐트 개발·홍보, 거점 문화공간 조성, 편의시설 마련 등 미식 관광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며, ’32년까지 Top 30개의 테마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Q : 지역 음식을 발굴하고 기록에 남기는 일이 인상적이었다.
A : ‘지역 음식 기록화 사업’은 사라져가는 지역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겨 이를 보존하고, 우리 지역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진하고자 기획했다. 막걸리, 장 문화, 수산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지역 음식 기록화 학술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지역 음식의 문화자원 개발이 활성화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35개 지자체의 35가지 대표 음식을 기록했고, 구술자들의 구술생애사를 기록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대표 음식을 시연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내년 상반기에 한식 포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지역 음식 기록화 사업' 결과 발표 현장. 사진 한식진흥원

Q : 내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A :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 미식 행사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과 부대 행사를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본 행사는 아시아 지역의 최고 레스토랑을 1위부터 50위까지 선정하고 미식업계가 주목하는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로, 2013년부터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진행해왔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국내 유치를 통해 국제 미식 관광지로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셰프를 포함한 국내외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교류할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 세계적으로 한식이 주목받고 있다.
A : 한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식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한식은 충분히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내외 한식의 품질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한식 전문가를 꾸준히 양성함으로써 한식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식진흥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한식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한식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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