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걱정하는 일의 95%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아미랑]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3. 12.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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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신조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 탓에 생긴 우울한 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 환자에게도 ‘캔서 블루’라는 게 찾아옵니다. 암만 생각하면 기분이 저하되고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병욱 박사의 <들꽃들> 45.5X53.5cm Acrylic on canvas 2020
캔서 블루를 겪고 계신 분들이라면, 마음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셔야 합니다. 외래에서 이런 암 환자를 대하면 제가 더 밝게 웃으며 말도 걸고 환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떨 때는 저도 힘들고 무안해지지만 환자가 웃을 수만 있다면 내가 망가지는 것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눈을 딱 감고 웃기려 노력합니다. 결국 환자는 “선생님 애쓰시네요”하며 웃습니다.

암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그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암이 재발하면 어떻게 할까, 재발하면 지금보다 더 힘이 들겠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게 되겠지, 죽고 나면 가족은 어떻게 하지, 남겨둔 일은 어떻게 하나 등 끝없는 고민이 환자를 괴롭힙니다. 고민, 걱정, 근심, 불안을 잊으려면 소리 내어 외치세요. “나는 살 수 있다!”라고요.

암 환자가 혼자 고민하는 것 같다면 가족은 미리 살피고 격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수 있어요” 같은 긍정적인 말로 환자를 격려해 주세요.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걱정과 근심 중 95%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큰 일을 앞에 두고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우리의 예민한 마음을 더 신나는 일이나 취미에 담을 수만 있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이 될 것입니다. 남은 날들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것만 하면 힘이 나’ ‘나는 이 생각만 하면 너무너무 행복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환자 중에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60대 초반의 한 분이 있습니다. 이 환자는 암 진단 후 우울함을 겪다가 노래 교실을 열심히 다니게 됐습니다. 노래 교실에서 사람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잊어버리니까 더 행복하고 매일매일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지금까지 약 12년 동안 재발도 없이 잘 생활하고 계십니다. 매일 신나게 살면서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얼마든지 암을 극복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한 번 해보면 좋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가장 보람된 일은 남을 위한 수고와 봉사일 때가 많습니다. 환자 스스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타인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하다보면 우리의 생명이 살아있음을 더 깊이 느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낫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가족이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영화나 연극 감상, 음악회 참여, 전시회 투어 등 가족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웃고 수다를 떨다 보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유방암 환자회인 핑크리본, 아름다운 동행과 같은 암 환자와 가족이 함께 하는 행사나 여행에 참여해보는 것도 너무나 좋겠지요.

등산가들은 “목적지에 이르고자 하면 목적지를 잊어라”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암에서 낫고자 한다면 암을 잊으세요. 우울감을 떨쳐내셔야 합니다.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채워나가 보세요. 그러다 보면 3년, 5년, 7년이 훌쩍 지나가 있을 겁니다.

사랑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2023년의 마지막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2024년에는 우리 모두가 한층 더 행복 충만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을 향한 더 큰 사랑을 안고 내년에 만나 뵙겠습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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