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유동적인 취향이 깃든 집, 조구하우스
‘조구하우스’의 주인으로 잘 알려진 부부는 3년 전 이 집에 머물게 된 순간부터 조금씩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은 지 20년 된 구옥 아파트, 26평이라는 넓지 않은 규모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둘만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혼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시작한 여정이었다. 우연히 성수동의 빈티지 숍을 방문한 후 컬러풀하고 볼드한 이탈리아 빈티지 매력을 알게 됐지만, 플라스틱 아이템을 집 안 가득 채운 뒤에야 아무리 예쁜 물건도 무조건 구입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거나 SNS에서 자주 보이는 물건을 집에 가져다 놓는 것이 최선이 아님을 안 것이다. 그동안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놓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했고,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완성된 현재의 조구하우스 거실은 소파와 TV가 마주 보는 평범한 공식과는 전혀 다르다.
한가운데에 리네 로제의 토고 소파와 피에르 잔느레의 찬디가르 체어를 놓고 디디에 로자피(Didier Rozaffy) 디자인의 캐비닛, 안드레 소르네(Andre′ Sornay)의 사이드보드 등이 사면을 두르는 형태가 된 것. 천장에 달린 세르주 무이 조명은 바닥을 향해 길게 드리워져 있다. “거실을 프랑스 디자이너의 아이템으로 채우기로 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어요.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워요.” 현관 옆방은 아르텍 테이블과 스툴로 채워 다이닝 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엌 옆 식탁에서 차와 커피를 즐기고 식사나 재택 근무를 한다.
부엌에는 장 푸르베의 나무 테이블과 스탠더드 체어를 배치했다. 샤를로트 페리앙의 레자크 벤치(Les Arcs Bench)도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지금의 풍경을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검색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안드레 소르네 가구는 프랑스의 어느 갤러리로부터 수 개월을 기다려 받았고, 스페인 아티스트 안토니아 페레르(Antonia Ferrer)의 그림도 오랜 시간을 거쳐 거실에 걸 수 있었다.
완벽한 침대를 찾는 과정도 수월하지 않았다. 매트리스 테두리를 감싸는 심플한 나무 프레임을 원했고 결국 덴마크 우에노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발견했다. 어렵게 도착한 침대 양옆에는 아르텍 조명과 논픽션 홈이 만든 스툴을 대칭이 되도록 놓았다.
부부는 요즘 신라 토기와 조선 백자에 관심이 많다. 국내 작가의 도자기도 하나씩 구입하고 있다. 동양적인 미감의 도자기들은 유럽의 오래된 가구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3년 동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이제는 완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또 모르죠. 1년 뒤에는 어떤 가구가 더해져 있을지.” 그들의 취향은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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