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PF발 '건설사 줄도산' 확산 우려
[한국경제TV 신동호 기자]
<앵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설에 시달려온 태영건설이 다시 한번 워크아웃설이 재부각됐습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오늘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대출을 지원해온 금융업계에도 연쇄 파장을 불러올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 부동산부 신동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지난 13일이었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소문이 돌았죠. 보름만에 또다시 워크아웃설이 나왔습니다. 현재 상황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제였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인해 유동성 문제를 겪고있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13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당시만해도 사실이 아니다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악성 루머일뿐이라고 적극 부인했던 전과는 다른 대응을 보이면서 실제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보름전과 분위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오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요?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사실 업계에선 오늘을 고비로 보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은 당장 오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에 관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의 만기일이 도래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태영건설은 해당 부지를 1600억 원가량에 매입하기 위해 브리지론 480억 원을 일으켰으나 이 중 432억 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말까지 보유한 포천파워 지분 840만 주를 전량 매각해 확보한 265억 원과 2400억 원에 달하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등으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끄더라도 내년 1분기에만 4361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추가로 예정돼 있습니다.
당초 3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예상됐던 수도권 사업 용지인 경기 부천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 지분 매각도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내년까지 총 3조 6027억 원의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줄줄이 만기가 이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대체 이렇게 PF우발채무가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이같이 PF우발채무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 수주를 늘리면서 PF 보증서를 대거 남발한 탓인데요.
우발채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인데, 통상 부동산 PF 관련해서는 건설사가 시행사의 대출을 지급보증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최근처럼 부동산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이 우발채무가 결국 건설사가 갚아야 할 빚으로 돌아온겁니다.
시장이 좋을 땐 기존 PF 대출채권을 담보로 어음을 발행해 기존 어음을 상환(차환)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태영건설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현재 차환에 상 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입니다.
PF우발채무와 더불어 태영건설 3분기 말 기준 이 회사 순차입금은 1조9300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478.7%에 이르렀습니다.
시공 능력 평가 35위 이내 주요 대형 건설사 가운데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물류계열사를 매각하고 윤세영 창업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앵커>
결국 오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군요. 여기에 일몰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엊그제 재시행된 것 또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죠?
<기자>
네 지난 10월 일몰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촉법이 26일 시행됐습니다.
시장에선 당초 태영건설이 만기를 연장하거나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채권단이 다수여서 자율협약이 여의치 않다보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옵니다.
기촉법에 근거하는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되는데 이후 대출 만기조정이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유도해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의 재도약 발판이 된 사례도 적지 않죠.
때문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차입금 만기 등 다가온 위기를 해결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 가운데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특히나 심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소건설사들의 부도 이슈는 올해 초 부터 꾸준히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건설사들의 부도·폐업 사례는 올 한해 계속 이어졌습니다.
올해만 366곳이 폐업하고, 19곳이 부도가 났습니다.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특히나 문제가 되는 것은 태영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6위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사례는 대부분이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였는데 이번엔 규모면에서 다른 겁니다.
여기에 내년도 부동산 시장쳄체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그 파장은 건설·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 외에도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고 거론되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18조원) 대비 29% 늘어났습니다. 이는 한기평이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의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PF 부실이 건설업계를 넘어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 연체율은 2.42%로 6월 말 대비 1조2000억원, 연체율은 0.24% 상승했습니다.
이 중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6조8000억원입니다.
<앵커>
이러한 파장이 예상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겠죠.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은 26일 저녁 ‘F(Finance)4 회의’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 파장 등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별기업과 사업장 이슈보다 PF사업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주가이야기도 해보죠. 워크아웃설로 태영건설의 주가하락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건설주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기자>
워크아웃설이 불거진 태영건설 주가 어제 하루만 2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티와이홀딩스우도 7~12% 하락했는데요.
앞서 지난 13일에도 워크아웃설로 태영건설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다만 티와이홀딩스 방송 자회사 SBS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SBS의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핵심 자회사인 SBS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제기 됐기 때문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설은 건설주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연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대형 건설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아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실제로 확실시 된다면 다시한번 건설주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신동호 기자 dh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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