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화영 '옥중노트'에 적힌 검사의 회유 "파티 한번 하자"

김종훈 2023. 12. 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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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청원 '김영남·박상용 검사' 발언, 노트에 기록..."이재명 '알았다' 표현, 꼭 들어가야"

[김종훈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옥중노트. 그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조사 후에 적은 메모를 여기에 옮겨 썼다
ⓒ 오마이뉴스
 
"박상용 검사가 나에게 빨리 협조적으로 진술을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파티를 한번 하자고 얘기했다."

대북송금 의혹 등 혐의로 구속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옥중에서 수기로 작성한 '옥중노트' 13쪽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옥중노트는 21쪽 분량으로, '허위진술 경위서'를 비롯해 지난 6월 9일부터 9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을 당시까지의 상황이 시간 순으로 기재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 박정훈
 
지난 26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해당 옥중노트 등을 바탕으로 수원지검 소속 부장검사 김영남·검사 박상용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사건 검사들이 피의자 이화영에게 유죄 처벌을 협박하고 그에 대한 선처를 조건으로 허위 진술을 강요해 '이재명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했다"며 탄핵소추 청원 이유를 밝혔다.

같은날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회유와 압박을 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가족과 지인, 변호인, 민주당 국회의원 및 관계자와의 면회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았다. 검찰 조사 때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며 진술했다"라고 반박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검사 이름... "그렇게 진술하지 않으면 주범으로 기소"

변호인에 따르면, 이 옥중노트는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만들어졌다.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구치소에 돌아와 메모 형태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구치소에서 구매한 노트에 '허위진술'에 관한 메모만 따로 모아 옮겨적었다. 노트 초반 1쪽에서 7쪽까지 이어진 '허위진술 경위서'에 날짜 등이 기재되지 않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8쪽부터 이어지는 중후반부 내용에는 대부분 작성 날짜를 기입해 넣었다.
 
 이화영 옥중노트 중 일부. 쌍방울이 이재명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박상영 검사가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고 회유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 오마이뉴스
 
옥중노트에는 수사검사인 박상용 검사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전 부지사는 해당 검사에게 협박과 회유를 반복적으로 당했다고 적었다. 

"박상용 검사는 '스마트팜 비용과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용을 쌍방울의 김성태가 대납해 준 것을 인정해 달라. 부지사님이 그렇게 진술해도 이 대표가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진술하지 않으면 우리는 부지사님을 주범으로 기소할 수밖에 없다. 김성태 등 쌍방울 관련자들이 잘 협조하고 있어서 부지사님도 절대 무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법정에서 부지사님 변호인들의 변론은 내가 보기에는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상용 검사는 '부지사님 보세요. 지금 검찰에 협조한 쌍방울 직원들 다 석방되고 있잖아요. 김성태 동생도 1년 6개월 구형할 것을 6개월로 낮춰서 구형했다. 방용철도 보석 신청하면 나가게 할 겁니다. 이재명 대표는 백현동 건으로 확실히 처벌될 거예요. 부지사님 진술로 이 대표가 구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확실한 진술을 요구했다."

결국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을 못 이겨 쌍방울 대북송금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옥중노트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당시 허위진술을 하면서도 '나중에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입회한 이OO 변호사에게 2019년 7월 즈음 이 지사의 일정이 언제 있는지를 물었고, 7월 29일 여의도에 일정이 있는 것을 확인해 그 날짜로 보고 일자를 특정했다'라고 기록됐다. 즉 이 지사의 공개 일정이 있었던 날로 진술 일자를 정해, 나중에 허위진술로 밝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나는 조사에 참여한 변호사에게 '이재명 지사가 일정이 있는 날이 그즈음 언제냐'고 물었고, '이 지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당일 오전 10시경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허위진술을 했다."

국회에 제출한 검사 탄핵 청원서에도 이재명 지사가 2019년 7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방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뉴스가 첨부됐다. 
     
 지난 26일 국회의장에게 제출된 검사 김영남, 박상용 탄핵소추 청원서의 일부. 상단은 검찰 피의자신문 조서의 일부로,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2019년 7월 29일 오전 쌍방울 방북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아래는 같은 날 같은 시각 이재명 경기지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다.
ⓒ 오마이뉴스
 
"이재명 지사가 '알았다' 표현... 꼭 들어가야"

또 옥중노트에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 측이 북한에 300만 달러를 대신 보냈다는 내용을 구체적인 진술로 담기 위해 조직적으로 압박과 회유를 했다는 언급도 기록돼있다. 

"박상용 검사를 비롯한 검찰은 김성태의 대북송금이 비즈니스를 위한 계약금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나의 진술을 받아야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상용 검사는 조사 도중 혹은 조사가 끝날 무렵에는 항상 김영남 부장검사 등 상층부에 내 진술에 대한 평가를 받고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추가조사는 대부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내 진술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재명 대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진술했다."

"박상용 검사는 '이 상태로는 상부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무언가 확실하게 이재명이 연결되어야 당신이 주범이 아닌 종범이 될 수 있다. 처벌도 훨씬 가볍게 받을 수 있다. 지금 재판 받고 있는 것도 잘 해결될 수 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수 있다. 검찰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시간이 정말 없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결정하라'고 최후통첩식으로 압박을 했다."

특히 이 전 부지사는 6월 30일 기록에 박 검사의 발언을 직접 인용 표시를 해가며 구체적으로 적시해 놨다.

"이재명 지사가 보고를 받은 후 '알았다'고 표현하지 않았느냐. 이 부분이 꼭 들어가야 한다."

"기왕에 인정한 것, 스마트팜 부분도 화끈하게 인정하라. 그러면 이 사건 전체에서 부지사님의 비중은 정말 작아진다."

"김성태의 증인 신문을 앞당겨 실시하겠다. 이 조서를 7월 중에 법원에 내면 부지사님 증거채택에 즉각 동의해 주어야 한다. 증거 채택에 동의해 주면 김성태의 증언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 전 부지사는 지난 7월 대북송금 중 '300만 달러'에 대해선 '이 대표에게 사전보고 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뇌물죄 성립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두 달 뒤인 9월 진술을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저와 경기도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등에게 스마트팜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비용을 요청한 적이 결코 없다"라고 했다. 

"김성태는 면담에서... 형님! 검찰 말 듣고 협조해서 빨리 나갑시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대질신문 등을 하며 자신이 허위진술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를 설명해 놨다. 2023년 6월 22일 기록이다.

"나는 이재명 대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향후 법정에서 제대로 다투기 위해 거의 작문 수준의 진술을 계속했다. 애초 대북송금에 대해 김성태의 진술도 허위이고, 나의 진술도 허위이기 때문에 나와 김성태의 진술이 맞을 리가 없었다. 박상용 검사는 나와 김성태의 작문 수준의 진술을 대질신문이라는 형식으로 조서에 남겨두었다."

"김성태는 '형님이 좀 더 확실하게 진술을 해야 빨리 끝난다'고 나에게 좀 더 자세한 진술을 강요하였다. 내가 '니가 문OO 써먹으려고 카드도 주고, 회사에 취업도 시켜놓고 그걸 나한테 뒤집어 씌우면 어떡하냐'고 항의하자, 김성태는 '이재명 끝났으니 이재명한테 대북송금 보고했다고 형님이 확실히 하면, 문OO 카드도 내가 사실대로 진술할게요'라고 하였다."

옥중노트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검찰에 협조하면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한 발언들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주선으로 김성태를 대면했고, 김성태의 발언 내용 또한 검찰과 긴밀히 연관돼있다고 봤다. 

"김성태는 박상용 검사가 있는 자리에서도 '형님, 3~4년 후에 제가 진실을 모두 말할 수 있잖아요. 우선 이 순간만 좀 피합시다. 형님이 의리 지킨다고 이재명이 살아날 수도 없어요. 형님이 화끈하게  도와주세요. 조사가 지긋지긋하잖아요. 빨리 끝냅시다'고 말했다. 나는 김성태가 박상용 검사가 있는 자리에서도 대놓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과 김성태, 쌍방울 관련자들이 긴밀한 협력 구조에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였다."

"김성태는 면담에서 '형님! 평생 징역 살 수도 있어요. 이재명은 어차피 끝났어요. 검찰 말 듣고 협조해서 빨리 나갑시다. 형님이 이재명 보호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검찰이 하자는 대로 협조해서 빨리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내 변호인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이화영 옥중노트 중 일부.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검사가 있는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26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국회에 제출한 검사 탄핵 청원서에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자신들의 대북사업을 가시화하여 주가의 상승을 계획했던 것의 일환으로 지급된 것으로 이 사건 검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방북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사건을 조작했다"면서 "검사가 피의자에게 협박, 기망 등 기타의 방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바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결의할 것을 청원한다"라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를 돕기 위해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비를 대납한 것이고, 같은 해 11~12월 송금된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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