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글로벌 제약 핫이슈 '비만약', 'ADC'… 내년에 더 불타오른다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비만약'과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이슈를 주도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제약·바이오 업체가 비만약과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비만약이 국가 경제까지 활성화=다국적 제약사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로 개발한 비만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이 성분이 20%가 넘는 체중 감소 효과를 선보이면서 개발사 주가가 한껏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많은 제약사가 GLP-1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강하시키는 GLP-1의 효능을 이용해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GLP-1의 식욕 억제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으로 영역을 넓혔다. GLP-1은 향후 심혈관 질환 예방약과 제1형 당뇨병, 간 질환, 치매 치료제까지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덴마크 경제를 활성화하는 국가 경제적 효과까지 불러왔다고 외신은 분석한다.
이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제약·바이오 전망과 관련해 "내년은 비만약이 거대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형성하면서 본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운자로는 비만약은 '젭바운드'로 이름을 바꿔 미국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탁생산(CMO)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도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렇듯 내년 각사가 생산력을 확충하면 올 내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업계도 올해 들어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비만약을 개발하겠다는 제약회사가 우후죽순을 이뤘다. 하지만 '한국형 비만약'을 내건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 3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고, 일동제약의 'ID110521156'이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은 것 외에는 대부분 전임상 등 개발 초기 단계다. 그러나 재무 상황과 기술력이 충분치 않은 제약사들이 너나없이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면, 코로나19 시기 제약업계에서 경쟁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 청사진을 내놨다가 성과 없이 주저앉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내 기술 수준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후발주자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비만약 시장이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등을 통해 비만약을 개발할 수 있고, 기존의 주사제와 달리 제형 변경 등으로 투약 편의성을 높인 신약을 내놓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동제약은 ID110521156은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고, 대웅제약과 대원제약은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형 주사제인 '마이크로니들'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ADC 항암제, 글로벌 기술거래 잇따라=질환으로는 비만이 제약업계의 핫 이슈였다면, 기술 플랫폼 면에서는 ADC가 두드러졌다. ADC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와 암을 죽이는 독성약물(페이로드)을 한 약물로 붙이는 기술이다. 암을 정밀 타격하는 '크루즈 미사일'으로 불린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다이이찌산쿄가 ADC 기술로 공동 개발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질병 진행 없이 환자가 생존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의 중앙값(mPFS)을 기존 약의 6개월에서 28개월로 연장하자, 다른 다국적 제약사도 앞다퉈 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ADC 관련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는 기술거래 및 인수합병(M&A)이 15건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집계한다. 지난 3월 화이자가 ADC 3종을 보유한 시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했고, 지난 26일에는 한국 기업 레고켐바이오가 얀센과 관련 기술인 'LCB84' 수출 계약을 총액 17억2250만달러(약 2조2380억원)에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달에만 화이자와 BMS 등 거대 제약사가 ADC 자산을 사들이는 등 이 트렌드엔 계속 속력이 붙고 있다. 내년엔 국내 ADC 개발업체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ADC 기술 수출 기회는 내년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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