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서점이라는 마음 지원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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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힐링소설' 바람은 올해도 대단했다.
지난해 100만부를 돌파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올해도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로 집계됐다.
올해 나온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30만부 넘게 판매됐다.
지식과 교양의 공간 외에 위로의 공간, 치유의 공간, 마음의 공간으로 서점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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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힐링소설’ 바람은 올해도 대단했다. 지난해 100만부를 돌파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올해도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로 집계됐다. 올해 나온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30만부 넘게 판매됐다. ‘메리골드’라는 바닷가 마을의 이상한 세탁소 이야기로 여기에 오면 옷에서 얼룩을 빼듯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다. 이밖에도 ‘비만 오면 열리는 상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등 다양한 힐링소설이 인기를 얻었다.
‘한국형 힐링소설’로 불리는 이런 소설들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이미 20개국이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올해도 해외 출간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출간된 ‘공방의 계절’은 방송작가 일을 하다가 완전히 탈진한 여성이 우연히 동네 공방을 알게 되고 여기서 도자기를 구우며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이야기다. 20대 대학생이 쓴 첫 소설이고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도 아닌데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수년째 식지 않는 힐링소설의 인기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치유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알려준다. 1인 가구 증가와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힐링소설들이 편의점이나 세탁소, 서점, 공방 같은 친근하고 소박한 장소를 위안의 공간으로 설정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프라인 공간과 대면 관계에 대한 갈증, 소속감과 공동체에 대한 열망이 이런 작은 공간,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부담스럽지 않은 호의를 가진 느슨한 공동체를 꿈꾸게 하는 모양이다.
외로움은 현대 질병이다. 다들 외로움이나 번아웃, 상처, 상실 등을 혼자서 통과하고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일본 비평가 스기타 슌스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남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잔혹한 자본주의, 능력주의, 생산성 중심 사회에서 무능하고 무력하고 무용한 취급을 받는” 남자들을 ‘약자 남성’으로 명명하고, ‘약함’이 우리 시대의 보편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약함이나 외로움, 문제 등을 드러내고 얘기할 사람, 위안을 주는 공간, 따뜻한 공동체를 찾긴 어렵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기서 동네서점들의 의미를 새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식과 교양의 공간 외에 위로의 공간, 치유의 공간, 마음의 공간으로 서점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서점은 언제나 외로운 사람들의 대피처였고 안식처였다. 누구든 차별 없이 환대하는 공간이며, 책을 통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매개하는 곳이다. 책이 주는 위안과 치유의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 문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책방 주인에게 말을 걸고 자기 문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해도 좋겠다. 책방 주인들은 그런 질문을 기다린다. 어떤 서점을 드나든다는 것, 어느 작가의 독자가 된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느슨한 공동체에 속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점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이나 저자 강연회 등을 통해 친구들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새해 예산에서 인문·문화를 활용한 심리 지원 사업에 19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사회적 질병이 된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인문학과 문화가 가진 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분투하는 수백개의 동네책방들이야말로 마음 지원 공간이 될 수 있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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