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쏙 빠진 특별법…1기 신도시, 재건축 선회 ‘저울질’
“특별법 시행 후 재건축 첫 삽, 10년 이상 내다봐야”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노후단지 주민들 셈법 복잡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부터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특별법이 재건축 위주로 마련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추진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이들 단지 안팎에선 특별법 수혜를 보기 위해 지금이라도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속도감 있게 리모델링을 지속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근거가 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해당 지역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한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정비사업 추진 시 최고 500%까지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별법 시행에 따른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지역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정비사업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그간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비 사업 속도가 빠르고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 자잿값 급등 등 시장 환경과 더불어 정부의 재건축 중심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리모델링의 인기는 한풀 꺾인 상태다.
수직 증축과 내력벽 철거 등 리모델링을 둘러싼 규제는 여전하고, 수평 증축 시 일반분양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어 가구별 분담금 부담이 크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이에 뒤늦게라도 재건축으로 선회해 특별법 혜택을 받자는 의견이 나온다. 향후 특별법으로 재건축에 나서는 단지들이 점차 늘어나면 리모델링 단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우려도 섞여 있다.
현재 1기 신도시 내에서 리모델링이 가장 활발한 곳은 평촌이다. 이곳 지역 내 아파트단지 총 54곳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26곳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10개 단지는 이미 조합을 설립했거나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쳤으며, 일부 단지에선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평촌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재건축도 사업성이 부족해 지지부진한데 리모델링은 오죽하겠냐라는 반응”이라며 “일부 단지에선 비대위를 꾸리고 재건축으로 정비사업 방식을 바꾸자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간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투입된 매몰 비용을 고려할 때, 특별법 수혜를 기다리기보다 속도감 있게 리모델링을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단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4월 법 시행 이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선다. 연말까지 마스터플랜이 수립되면 이후 정비계획 수립 및 특별정비구역 지정, 선도지구 지정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실제 선도지구 지정 이후 재건축이 첫 삽을 뜨려면 길게는 10~15년을 내다봐야 하는 셈이다. 정비사업은 빠른 속도가 관건인데,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단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수직 증축이나 내력벽 철거 문제 등이 특별법에 의해 해결된다면 리모델링 사업성이 제고되는 만큼 기존대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정부에서도 재건축을 띄우고 있어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하긴 힘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전체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계속해서 손익을 따져볼 것”이라며 “당장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투입된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특별법 통과가 마치 재건축이 곧장 추진될 거라는 시그널로 여기면 안 된다”며 “전체 노후단지 중 선도지구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특별법 혜택도 단지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긴 호흡을 가지고 정비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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