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속 혼란했던 보험업계…新 회계부터 법 개정까지 '다사다난'

김재은 2023.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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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풀리기·판매 경쟁까지 '잡음'
소비자 친화 서비스·상생금융 등장도
보험 이미지. ⓒ픽사베이

올해 보험업계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시작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순이익과 자본 등에 새로운 계산법이 적용되면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과 더불어 회계상 유리한 특정 상품 판매 경쟁이 심화됐다.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각종 논의도 이어졌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순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11조4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급증했다. 올해부터 IFRS17이 본격 적용되면서 보험손익이 개선된 덕분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나비효과'

IFRS17하에서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됐다. 각 사가 유리하게 특정 상품의 해약률 등을 가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5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실적 착시효과에 대한 문제를 바로 잡았다.

다만 새로 적용된 IFRS17에서 실적 상승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의 판매 경쟁이 과열됐다. 다양한 상품이 나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와 건정성 악화를 우려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특히 저축성보험처럼 판매되던 무·저해지 단기납 종신보험과, 30대도 가입이 가능한 '어린이(자녀) 보험' 등의 판매를 막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화두'

소비자를 위해 법이 개정되고 각종 논의도 진행됐다. 먼저 약 40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이 병원에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아 팩스나 온라인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전산화가 이뤄지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한지 14년 만에 실현됐다.

아울러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의 긴 논의 끝에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네이버나 카카오 등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 서비스가 가동되면 소비자의 편의성 증진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식의 보험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금융위원회는 관련 부처, 업계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현재 가입률이 1% 내외에 불과한 펫보험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나섰다. 그 결과 내년부터 진료항목이 표준화되고, 수의사법을 개정해 동물병원에 요청시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방침이다.

더불어 보험사가 상품을 통해 반려동물 등록비용이나 예방·검진비용 등도 지원하고, 돌봄·건강관리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제시되면서 고객 선택권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상품 출시·보험료 인하…상생안 제시에 '진땀'

정부가 금융권에 강조해 온 서민과의 상생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주로 저축보험을 통한 상생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은 청년 고객이 5년간 월 75만원을 저축하면 약 500만원을 얹어 돌려주는 디딤돌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이어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였다

손해보험사는 주요 상품의 보험료 인하로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먼저 1세대 실손보험료를 약 4%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높은 손해율에도 불구하고 2~4세대 등을 포함한 전체 실손보험의 인상률은 1.5%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8.9%) 대비 크게 낮아진 수치다.

필수 보험인 자동차보험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사별로는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삼성화재가 2.6% 낮추기로 했다. 이 외 ▲DB손해보험 2.5% ▲현대해상 2.5% ▲KB손해보험 2.6% ▲메리츠화재 3.0% 등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 환경이 펼쳐지면서 당국과의 소통이 잦았던 한 해"라며 "각종 변화로 인한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좀 더 자유로운 경영 환경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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