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1봉지 7만원 '바가지'에 분노…푸바오 보며 시름 잊었다 [2023 여행레저 7대 뉴스]
「 2023 여행레저 7대 뉴스 」
2023년 여행레저 부문은 오랜만에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움츠렸던 관광 업계가 활짝 기지개를 켰다. 수많은 한국인이 보복 소비라도 하듯이 해외여행에 나섰고, 4년간 썰렁했던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코로나 시기 반짝 특수를 누렸던 제주도가 올해 좌절을 곱씹었고, 고물가로 가뜩이나 스트레스받던 국민이 전국 주요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에 분노를 터뜨렸다. 짜증 나고 화나는 일이 많아서였는지 푸바오의 재롱을 보려는 줄이 1년 내내 길게 이어졌다. 2023년 여행레저 부문 7대 뉴스를 선정했다. 돌아보니,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더 많이 보인다.
해외여행, 2019년 77% 수준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올 11월까지 방한 외국인 수는 999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의 방한관광은 한국인의 해외여행에 비해 회복세가 확연히 더뎠다. 방한 외국인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9년의 62%에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중국·미국·대만·베트남 순으로 방문객이 많았다. 2019년 전체 외국인의 3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의 발길이 뚝 끊긴 게 치명적이다.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가 6년여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중국 경기 불황 탓에 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해외여행의 부활, 방한 외국인 관광의 더딘 회복이라는 불균형은 막대한 관광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올해 10월까지 관광수지는 78억 달러(약 1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싸구려 덤핑관광의 비중이 큰 중국 단체가 예전만큼 안 와서인지 1인당 관광수입이 1377달러로, 2019년(1185달러)보다 소폭 상승한 점은 눈에 띄었다.
역대급 엔저, 일본 여행 신드롬
특히 일본은 신드롬이라 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 11월까지 한국인 617만 명이 일본을 찾았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았는데도, 펜데믹 이전인 2019년 기록(558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여행 신드롬은 엔데믹과 양국관계 회복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역대급 ‘엔저’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 11월 100엔이 약 850원까지 하락했다. 엔화 가치 폭락에 더해 일본은 수년째 물가가 제자리 수준이어서 “택시비만 빼고 한국보다 다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값에 열광하고, 귀국길에는 과자·술·옷 등을 양손 가득 챙겨오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3대 도시(오사카·후쿠오카·도쿄)에 집중되다가 지방과 소도시로 분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사를 중심으로 히로시마·가고시마·요나고 같은 소도시 취항이 늘고 있다. 내년에는 에어재팬 같은 일본 국적 항공사의 취항도 예정돼 있어 방일 한국인 수가 사상 최고를 찍은 2018년(753만 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 잔치 끝났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제주도 천하’도 끝나는 분위기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집계한 관광객 현황을 보면 올 1~11월 제주도 방문 내국인 수는 누적 1171만 명으로, 지난해(1280만 명)보다 100만 명 이상 줄었다.
제주도 관광업계는 방문객 감소보다 씀씀이가 준 것을 더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2년간 역대급 매출을 올렸던 제주도 면세점은 상반기 매출(약 2872억원)이 지난해보다 약 719억원(-20%)이나 빠졌다. 골프장도 전년 대비 이용객(제주도민 제외)이 25%나 줄었다. 특급호텔과 리조트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국내 물가는 치솟고 있어 제주 관광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도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보복 여행, 보복 소비가 옛말이 됐다”면서 “신혼 여행객처럼 씀씀이가 큰 투숙객이 제주도에서 거의 증발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다른 리조트 관계자는 “객실 단가를 낮추는 등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세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민적 푸바오 앓이
푸바오의 인기는 보금자리인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넘어 출판‧유통‧방송까지 확장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개월간 대략 150만 명이 판다월드를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입장객이 늘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하루 7000명 이상이 판다월드를 다녀간다”고 말했다.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담은 포토에세이 『푸바오, 매일매일 행복해』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출간 전 예약 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형‧머그잔‧가방 등 굿즈와 카카오톡 이모티콘(‘푸바오는 세 살’)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2주간 약 2만 명이 방문해 굿즈 10억원어치(약 11만 개)를 사 갔다. 인기 아이돌만 받을 수 있다는 지하철역 생일 축하 광고가 삼성역‧에버랜드역에 걸리기도 했다.
유튜브 반응도 뜨겁다. ‘죽순 먹방만 찍어도 100만 뷰’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푸바오의 인기를 견인한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푸바오의 일상을 공유하는 ‘말하는동물원뿌빠TV’ 유튜브 채널도 현재 구독자 수가 62만 명에 이른다.
푸바오의 폭발적 인기 배경에는 한국 팬과의 만남이 시한부라는 아쉬움이 깔렸다. 푸바오는 중국의 ‘판다 소유권 정책’에 따라 내년 상반기 한국 팬과 작별을 예고하고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판다의 중국 반환 문제가 이슈화되고, TV 예능을 통해 푸바오와 사육사의 사랑이 전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중국 중앙TV(CCTV)와 협력해, 반환 뒤에도 푸바오의 중국 일상을 영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K-인심’ 어쩌다…, 논란의 바가지요금
올해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은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진해 군항제, 함평 나비축제, 서울 광장시장,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등등 주요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싼 가격, 가격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양과 품질, 현금 결제 강요, 물건 바꿔치기 등 수법도 다양했다.
관광지 바가지요금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어느 해보다 후폭풍이 셌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제 현장의 도 넘은 상술이 여과 없이 중계되면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인들의 바가지 상술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여론이 악화하자, 논란이 불거졌던 함평군‧양양군 등이 사과문을 올리는 등 곳곳에서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광장시장에 정량표기제를 도입하고 암행 순찰을 강화하고, 문체부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의 먹거리 가격을 사전에 공개하는 ‘착한 가격 캠페인’을 시작했다. 수습 작업이 뒤늦게 이어지고 있으나, 넉넉한 인심과 정(情)을 앞세웠던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낙하산 부사장’의 몰락
10월 19일 국감장에서 공개된 영상이 공분을 일으켰다. 영상에서 이 전 부사장은 관광공사 직원들에게 “낙하산”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이진복 당시 정무수석,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과의 친분을 언급했다. 또 다른 영상에선 “부산 그 촌동네에서 무슨 행사를 하느냐”며 부산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영상은 이재환 전 부사장 지시로 관광공사에서 제작했다는 개인 홍보영상이었다. 2분 25초짜리 영상에서 그는 한국 관광의 1인자처럼 묘사됐다. 올해 관광공사의 주요 사업이 개인 업적인 것처럼 그려졌다. 영상을 본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대선 출마 영상이냐“며 질타했다.
이재환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논란 속에 임명됐다. 관광 분야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부사장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자 관광공사 노조가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 전 부사장이 임명된 뒤 관광공사는 1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사장 업무가 아닌 사업에 그의 이름이 계속 등장했는데, 특히 김건희 여사가 명예위원장으로 위촉된 한국방문의해 행사에 직책이 없는 이 전 부사장이 참석해 구설에 올랐었다.
결국 관광공사 직원들의 제보로 이 전 부사장의 폭언과 전횡의 일부가 드러났고, 국감 뒤 문체부가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자 이 전 부사장은 11월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감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 2주 만이자, 부사장에 임명된 지 11개월도 못 채운 때였다.
1000만 명이 방문한 남도 습지
이번 박람회는 ‘정원에 삽니다’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순천만 습지, 국가정원 외에도 도심 쪽으로 박람회장을 확 넓혔다. 무료 권역까지 합하면 박람회장 규모가 1회 때보다 5배 가까이 확장했다. 도심 침수를 예방하는 저류지를 ‘오천그린광장’으로 탈바꿈해 박람회의 핵심 공간으로 활용했다. 4차선 도로에서 잔디를 깔아 산책로로 만들었고, 개인 농경지를 매입해 풍경정원도 꾸몄다. 정원 속 숙소 ‘쉴랑게’는 예약률이 90%가 넘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정원박람회는 산림청이 인증하는 행사다. 축제가 아닌 박람회이고, 주제가 정원이어서 일부 관심 있는 사람만 찾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방문객은 박람회도 보고 순천과 주변 도시도 여행하며, 생태 도시 순천에 감탄하고 돌아갔다. 순천시는 박람회 수익은 333억원이었지만, 경제 효과는 2조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는 원희룡? 정청래?…재밌는 정치성향 MBTI, 처음 나왔다 [2024 정치성향 테스트] | 중앙일보
- 접대부와 ‘두집 살림’ 사장님…공사 당한 뒤 복수전 ‘말로’ | 중앙일보
- '이선균 빈소' 상주는 전혜진…조정석 눈물, 조진웅 몸도 못 가눠 | 중앙일보
- 상대역 빛내는 '킹메이커'…24년차 이선균의 쓸쓸한 마지막 | 중앙일보
- 튀소 맛없다? 100% 당신 탓…성심당은 분명히 경고했다 | 중앙일보
- 1만8000통 장난전화 건 60대, 벌금 단 20만원…美선 징역형 [가짜가 뒤흔드는 대한민국] | 중앙일보
- [단독]"대기업 가겠다" 손 든 '전관' 올 620명…40명 5대 그룹행 | 중앙일보
- "돔에 갇혀 쌓여간다"…다시 나타난 중국발 불청객의 공포 | 중앙일보
- 5세 지우 발달장애 원인 찾았다…"세계 최초" 이룬 이 프로젝트 [희귀병 희망된 기부] | 중앙일보
- 얼음 깨러 갔다가 러 제재에 발 동동…수조원 韓쇄빙선 어쩌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