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100년 설계자 ‘키신저’… 일본의 양심 ‘오에 겐자부로’
2023년에도 많은 이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국제 인물을 중심으로 한국과도 연이 있거나 국내 인지도가 높은 10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게재 순서는 사망 일자다. 소중한 이를 잃은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한다.
★리사 마리 프레슬리
‘팝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는 아버지를 따라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었지만,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대중은 그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보다는, 아버지와 듀엣인 것처럼 녹음한 ‘돈 크라이 대디’ 등에 열광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아빠의 영원한 공주님이었다”고 회고했다. 1월 12일 급서했다.
★오에 겐자부로
3월 3일 영면했다. 88세. 일본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진보 문인이자 사회 운동가였다. 도쿄대 불문학과 재학 중 단편소설 『사육』을 발표하며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당시 최연소인 23세로 수상했다. 한·일 관계에도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며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카모토 류이치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했다. 3월 28일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인 피아니스트이자 현대음악가인 그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도 작업했다. 2014년 인두암, 2020년 직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했다. 2021년 앨범 ‘타임’을 내놓은 뒤 뉴욕타임스에 “인생은 덧없고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티나 터너
‘로큰롤의 여제’로 불린 그는 5월 24일 숨을 거뒀다. 84세. 집안 형편이 어려워 목화농장 등에서 일하던 그는 노래하고 싶다는 절실함에 1970년대부터 나이트클럽 등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평생 12번의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음반 총 판매고는 1억장 이상을 기록했다. 9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포기하거나 굴하지 않고 계속한다면 삶은 결국 문을 열어주게 돼 있다”는 말을 남겼다.
★제인 버킨
에르메스 버킨백에 영감을 준 배우이자 가수. 7월 16일 눈을 감았다. 77세. 우연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를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났을 때 “제대로 된 가죽 가방을 찾기가 어렵다”고 불평해 이 가방이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함께 출연한 프랑스 배우 겸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와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리커창
2인자이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중국 전 총리. 10월 27일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 68세. 지난 3월 퇴임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며 “인민을 품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남겼다. 정치 엘리트의 3대 파벌 중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 소속으로 후진타오 전 주석을 잇는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시 주석이 1인 독주 체제를 굳히면서 밀려났다.
★매튜 페리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챈들러를 연기했던 배우. 10월 28일 로스앤젤레스(LA) 자택의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4세. 챈들러를 연기하며 갈망하던 인기와 부를 거머쥐었지만, 부담감에 약물에 손을 댔고 중독과 재활의 악순환에 시달렸다. 자서전에서 “중독 극복을 위해 쓴 돈이 900만 달러(약 122억원)”라고 고백하며 “유명해지는 게 인생의 정답은 아니었다”고 적었다.
★로잘린 카터
1977~81년 집권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인. ‘공동 대통령’으로 불리며 백악관에서 열리는 각료 회의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은 고립되기 쉬운 자리”라며 “내 역할은 대통령에게 때론 비판하고, 더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터가 94년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평양을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11월 19일 별세했다.
★찰스 멍거
워런 버핏의 절친한 친구이자 가치 투자 전도사였다. 11월 28일 사망했다. 99세. 버핏은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대표인데, 멍거는 이 회사의 2인자였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고향 동생인 버핏의 제안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반드시 똑똑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등 명언을 남겼다.
★헨리 키신저
“외교란 가능성의 예술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실익 외교의 대가. 11월 29일 별세했다. 100세. 존 F 케네디부터 조 바이든까지 전·현직 미국 대통령 12명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그에게 외교 조언을 청했다. 미국을 핵심으로 한 국제 질서를 디자인하고 그 안의 세력 균형을 우선시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핑퐁 외교’의 막을 열며 1972년 미·중 수교를 이끌어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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