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스트레스 DSR’ 도입… 대출한도 최대 4% 축소

신재희 2023. 12. 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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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가계빚 잡기’ 규제 강화
축소 폭도 하반기 9% 2025년 16%
1억 소득자 대출 2년 뒤 최대 1억 ↓
혼합형·주기형 대출엔 적용 완화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상반기 대출한도가 최대 4%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보다 엄격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내년 하반기에는 최대 9%, 2025년에는 16% 등 대출한도 축소 폭도 점차 커진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전 금융권 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2월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 기타대출까지 차례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란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 금융위는 과거 5년 내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시점(매년 5월·11월 기준) 금리를 비교해 결정하되 일정 수준(1.5~3.0%) 내에서 스트레스 금리를 정할 예정이다. 다만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 최소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는 가산금리의 25%, 하반기에는 50%만 적용하고 2025년부터 100%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한도 얼마나 줄어드나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차주별 대출한도가 최대 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현재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변동금리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을 받는다고 할 때 기존 DSR 기준 대출한도는 3억3000만원이다. 그러나 스트레스 금리가 1.5%로 정해지면 내년 상반기 대출한도는 3억1500만원(가산금리 25% 적용)으로 1500만원 줄어든다. 스트레스 금리가 확대 적용되는 하반기에는 3억원(50% 적용)으로 더 떨어지며, 2025년에는 2억8000만원(100% 적용)까지 한도가 내려가게 된다. 현재 대출한도보다 약 16% 감소하는 것이다.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는 2025년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같은 조건의 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 6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스트레스 금리가 25% 적용되는 내년 상반기엔 대출한도가 6억3000만원으로 준다. 내년 하반기에는 6억원, 2025년엔 5억6000만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변동금리 대출보다 금리 변동 위험 수준이 낮은 혼합형 대출이나 주기형 대출에는 보다 완화된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내년 상반기 기준 변동금리 대출한도가 4% 감소할 때 혼합형(5년)과 주기형(5년)은 각각 3%, 2%만 감소하는 식이다. 2025년에도 변동금리 대출한도가 16% 감소할 때 혼합형(5년)과 주기형(5년)은 10%, 6%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잡는 ‘해결사’될까

윤석열정부는 대출받은 차주의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춘 DSR을 부동산 금융 규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현행 DSR에는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 상승 위험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스트레스 DSR 도입이 한국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증가하며 지난 4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혼합형·주기형 대출이나 순수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를 높여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차주들은 금리 변동 위험은 크지만 금리 수준이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다만 회의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스트레스 DSR 도입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향후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대출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주택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4로 직전 주(83.8)에 비해 0.4 포인트 하락하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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