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어른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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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다섯 살 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겠다면서 자신의 손보다 더 작은 책을 펴들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커가나 봅니다.
아이와 대화하면서 한 가지 발견한 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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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다섯 살 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겠다면서 자신의 손보다 더 작은 책을 펴들었습니다. 그 책은 겉장만 캐릭터 그림이 있을 뿐 나머지는 투명한 비닐로 만들어진 책이었습니다. 글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야기에 스스로 빠져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진지하고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다 듣고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동화책을 자신의 방식으로 각색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또 다른 세계를 입히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돌아보니 제 아들, 딸도 어릴 때 그랬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커가나 봅니다.
아이와 대화하면서 한 가지 발견한 게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서 생각과 가치관 등 나의 세계가 너무 견고해져서 물건 하나 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죠. 아이를 통해 한 가지 배웠습니다.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이는 어른의 스승입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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