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18) 아버지 부고 듣고도 집회 마무리… 마지막 무대서 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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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가 저렇게 혼자 나이만 먹으면 어떡하나. 빨리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걸 봐야 할 텐데." 나를 향한 아버지의 걱정 가운데 가장 애통해하셨던 주제는 다름 아닌 결혼이었다.
"워낙 정 많고 사랑 많으셨던 아버지는 제가 빨리 결혼해서 손주를 안겨주길 바라셨습니다. 자나 깨나 제 걱정을 붙들고 계시던 아버지셨는데 그 사랑을 받고도 전 아버지 임종의 순간에 손 한번 붙들어드리지 못했네요."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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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려다 형제들 만류에 일정 마쳐
태릉 선수촌에 예배 인도하러 갔다가
피아노 반주하는 자매를 보는 순간…
“용대가 저렇게 혼자 나이만 먹으면 어떡하나. 빨리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걸 봐야 할 텐데….” 나를 향한 아버지의 걱정 가운데 가장 애통해하셨던 주제는 다름 아닌 결혼이었다. 아버지의 한숨 섞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도 미어졌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사실 연애를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는 늘 애정전선에 큰 걸림돌이 됐다. 그런 아픔들을 수차례 겪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고 자연히 결혼에 대한 생각도 옅어졌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사도 바울처럼 혼자 살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했다.
2001년 1월 23일. 내 생애 잊히지 않고 가슴에 박힌 날짜 중 하나다. 당시 나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집회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통신망이 좋지 않을 때라 한국에 자주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하루 종일 집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용대냐?” “네. 지금 미국에서 집회 중이에요. 별일 없으시죠?” “용대야, 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뭐라고요? 갑자기 왜요? 바로 갈게요.”
형이 들려준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형, 지금이라도 집회 취소하고 한국으로 갈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형이 말을 이었다. “아니다. 오지 마라. 어차피 귀국해서 고향까지 내려오면 장례도 다 끝나 있을 거야. 무대 아래서 널 기다리고 있는 분들과 약속을 지켜야지. 집회는 마무리하고 와라.” “그래도…” “아니야. 그렇게 해.”
형제들의 만류로 나는 결국 집회를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버지 소식을 듣고도 내색하지 않은 채 집회 일정을 소화하는 건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결국 마지막 집회 무대에서 차마 참지 못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러분, 실은 제가 미국 와서 집회를 이어가던 중에 저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객석은 순간 얼어붙었다. 깜짝 놀란 관객들은 넋 놓고 나를 바라봤다. “워낙 정 많고 사랑 많으셨던 아버지는 제가 빨리 결혼해서 손주를 안겨주길 바라셨습니다. 자나 깨나 제 걱정을 붙들고 계시던 아버지셨는데 그 사랑을 받고도 전 아버지 임종의 순간에 손 한번 붙들어드리지 못했네요.”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그렇게 집회를 마치고 돌아와 가족들과 위로를 나누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종종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태릉 선수촌에서 예배와 찬양을 인도했다. 대한민국 탁구의 전설 현정화 선수와도 인연을 맺었고, 선수촌에서의 예배가 마중물이 되어 대학과 프로농구팀, 실업축구팀을 위한 예배를 인도하기도 했다. 그중엔 선교를 위해 창단한 헤브론 여자축구팀도 있었다.
감독이었던 류영수 목사의 초청으로 예배를 인도하러 갔다가 강단으로 올라가는데 피아노 반주를 하는 자매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정체 모를 음성이 귓가에 들렸다. ‘용대야, 네 여인이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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