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아파트의 삶을 담아내는 아륜홈의 새로운 시도, 세컨 하우스 #홈터뷰
박지우 2023. 12. 28. 02:03
5년 전 랜선 집들이가 막 떠올랐을 때 계절마다 달라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뷰로 많은 홈스타그래머들에게 영감을 준 아파트가 있다. 에디터가 본 루이스 폴센 PH 4/3 펜던트 조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집, 아륜홈(@aryun_home)이다. 타고난 홈 스타일링 감각으로 세컨 하우스의 새로운 면면을 기록해 나가고 있는 아륜홈과 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열여덟 번째 #홈터뷰.
「 일상의 면면이 단정한 집 」
평범한 회사원이자 아이 둘의 엄마, 편향적이지만 진지한 음반 수집가, 빛과 피사체가 만드는 순간을 동경하여 그 찰나를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아륜홈(@aryun_home)입니다. 반갑습니다.
「 같은 뷰, 다른 계절 」
이 아파트를 처음 보러 왔을 때 산 뷰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이 풍광을 잘 살려보고 싶어서 이사 올 때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였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집이길 바랐어요. 어떤 그림보다도 가장 근사하니까요.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꿈꾸던 그림이 펼쳐졌을 때, 이 장면들을 차곡차곡 남겨두고 싶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기록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다이닝 공간에 설치한 펜던트 조명과 원형 식탁, 좌식 테이블 정보에 대해 문의하셨던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 오랫동안 꿈꿔온 주택 살이의 시작 」
매일 아침, 산을 마주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세컨 하우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저와 남편은 둘 다 건축에 관심이 무척 커서 드라이브하다 빈 땅만 보이면 ‘여기에 작은 집 하나 지어볼까?’ 하며 상상 속으로 설계와 인테리어까지 모두 끝내 보거든요. 이거 할 때 제일 재밌어요. 이야기만 나눠도 그냥 즐겁거든요.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만 둔 심플한 집을 지어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죠. 하지만 집을 짓는 일이 워낙 난관이 많으니 시골집을 고쳐서 한번 시작해 볼까 했었는데 깜짝 선물로 둘째가 찾아온 거예요. 그 이후로는 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올해 봄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경험을 하고는 바로 실행에 옮겼죠. 자정이 지난 새벽, 야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모습이 너무 지쳐 보이고 짠한 거예요. ‘저 사람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지금 숨 쉴 구멍이 필요하구나’ 직감했죠. 집에서도 사계절의 아름다운 뷰를 보면서 지내지만, 일상과 분리되는 무엇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 지도를 펼치고 동그라미 」
마음을 먹은 그 날부터 시골집 매물을 소개하는 사이트와 유튜브 영상을 샅샅이 다 파헤치기 시작했어요. 괜찮은 곳들은 지도에 표시해 가면서 ‘여기는 이게 좋겠다, 저기는 이런 점이 좋겠는걸?’ 남편과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지쳤던 일상에 한 줌의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죠. 진지했다가 신났다가 그저 재밌더라고요. 후보에 오른 지역들은 여행도 해보면서 마을 안을 둘러보고 슈퍼도 가보고 본집까지 가는 고속도로 구간의 풍경도 보면서 탐험했어요. 시골 땅 사는 법과 집 고치기에 대해 공부했던 시간은 돌이켜보면 참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요.
「 인연이 닿은 첫 세컨 하우스 」
그렇게 계속 시골집을 구하는데 꽂혀 있을 때, 인스타그램으로 지금 주택과 연이 닿았어요. 예전부터 팔로우하던 분이 세컨 하우스의 다음 입주자를 구한다는 피드를 올리셨는데 제가 마침 이걸 본 거죠. 이곳에서 보내신 주말의 모습들이 포스팅될 때마다 대리 만족하면서 부러워했던 터라 기회다 싶었어요. 토지나 구옥을 매입해서 수리하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2년 동안 주말 주택 살이를 해보면서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맞는지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은 짧게 하고 바로 계약했답니다. 저지르고 나니까 또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 박공지붕 아래 마당이 있는 신축 주택 」
1층과 2층 각각 1세대씩 거주할 수 있는 구조의 주택인데요. 저희는 2층을 계약해서 쓰고 있어요. 박공지붕 아래 꽤 넓은 복층이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고 거실엔 작은 발코니가 딸려 있어 시야가 탁 트여요.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탁 등 기본적인 가전과 가구가 구비되어 있어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필수 가전이 없었던 점도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곳에선 식탁에 앉아 거실 창을 바라보며 가만히 쉬어요. 좋아하는 캔들 하나 켜 두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전력 질주하느라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방어적이었던 마음이 풀리곤 해요. 하얀 벽에 그림 한 점 두고 싶기도 했는데, 빈 여백을 빛과 음악으로 채우는 게 좋아서 그냥 두고 있네요.
「 장바구니를 비우고 다시 세운 기준 」
본집과는 결이 많이 다른 집이라 새로운 스타일링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처음엔 여러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막 담았어요. 나무로 마감된 포인트 벽에 어울리는 소파부터 큰 스탠드, 짙은 타일에 어울리는 러그까지. 그런데 끝이 없겠는 거예요. 정신 차리고 기준을 다시 세워봤죠. 2년 계약이 지난 후에도 계속 쓸 것, 중고로 처분할 것, 버릴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두고 장만했어요. 그중 제일 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건 블루투스 스피커랍니다. 평소에 아파트에서 지낼 땐 이웃에 방해될까, 아이들 깰까 크게 못 들었던 음악들을 여기서는 속 시원하게 빵빵 듣고 있거든요.
「 늘어나는 집안일은 철저한 분리와 로봇의 힘으로 」
본집과 세컨 하우스 두 곳을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저희는 각 집의 일거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워서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세컨 하우스의 빨래는 무조건 세컨 하우스에서 해결하는 거죠. 이걸 이고 지고 싸서 본집에 가져갔다가 다시 주말에 챙겨서 오는 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음식도 최대한 각 집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정 안될 것 같은 것들만 아이스박스에 챙겨 와서 다 먹고 설거지까지 다 해서 빈 그릇만 가져가고요. 식료품이나 생필품의 재고가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정리나 청소가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 쾌적함을 알고 나니 본집 정리가 많이 됐답니다. 안 쓰는 물건은 눈에 보이면 바로 비우고, 더러우면 바로 치우고. 평일에 틈틈이 로봇의 도움도 받고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많이 내려놓았어요.
「 이 좋은 걸, 더 빨리 시작했다면 」
아이들과 함께 여행 가는 건 짐 챙기고 짐 풀다 끝나잖아요. 매번 숙소 예약하고 퇴실 시간에 쫓기고. 짐을 쌌다가 풀었다 하는 과정 없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세컨 하우스를 베이스 캠프 삼아 인근 지역을 반나절 여행할 수 있는 점도 알차요. 아이들이 어릴수록 군말 없이 따라나서 주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겠다 싶어요. 저희처럼 주택살이를 꿈꾸는 분이 계신다면 매입 대신 전세나 월세로 먼저 테스트해 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언젠가 지을 꿈속의 집에 대해서도 감이 더 오실 거예요. 해보는 것, 전 정말 추천한답니다.
「 소개하고 싶은 예쁜 집 」
집을 기록하면서 랜선 친구가 된 @glow___in 님 댁을 추천하고 싶어요. 가로로 긴 창을 통해 푸른 숲 뷰가 펼쳐지는 아름답고 근사한 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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