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정상급 배우까지 비극으로 내몬 마약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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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어 청소년까지 노출, 전문 수사청 시급
제보만으로 혐의 공표하는 수사 적절한지 살펴야
배우 이선균씨가 어제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오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세계에 얼굴을 알린 배우를 마약 때문에 잃었으니 큰 충격이자 손실이다. 이씨는 그동안 세 차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유흥업소 실장 등에게 속았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말해 왔다. 이들에게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을 뜯겼다는 주장도 했다.
실제로 한국은 영문도 모른 채 마약을 복용하고 속아서 중독에 빠질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선 청소년들이 길거리 시음용 음료인 줄 알고 마약을 마시는 일까지 벌어졌다.
배우 유아인씨가 재판에 넘겨지는 등 연예계에 파문이 잇따랐고, 청소년 마약 사범도 계속 증가 중이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대학가에는 액상 대마 광고물이 뿌려졌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자 수사당국은 강력한 대처에 나섰다. 지난해 경찰의 날(10월 21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주문한 이후 대대적인 검경 합동수사를 벌여 올 8월까지 1만2700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작년 전체 실적(1만2387명)을 넘어선 규모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단속 체제로는 마약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 마약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특히 10~20대 사범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한국 마약 사범이 늘면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한국인이 사형당하는 일도 잇따른다. 태국·캄보디아 등 해외 마약 밀매 조직들은 한국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어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 경찰·검찰·관세청·해양경찰청·국가정보원 등이 마약 범죄 차단을 위해 활동해 왔으나 검경이 마약 수사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한계가 드러났다.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마약수사청 설립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청소년까지 무차별로 표적 삼아 한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 마약 밀매 조직에 맞서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한 대응과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
이선균씨의 비극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약 관련 의혹 제기만으로도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는 연예인들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가 공개됐다. 최근 경찰이 소환했으나 혐의가 없어 불송치로 결론 난 가수 권지용씨(지드래곤)는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웃다가 끝났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씨의 경우도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제보에만 의존해 유명인의 혐의를 공표하는 게 적절했는지 수사 원칙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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