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과학 애국자’ 장영실의 후예들
세계는 바야흐로 ‘상전(商戰)의 시대’인데 우리는 어떻게 이 험한 파도를 넘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솜씨뿐이다. 세계에서 젓가락으로 콩알 두 개를 집어 식사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세 개도 가능하다. 우리의 뜨개질·자수·목공예·건축, 대를 잇는 기능올림픽 수상은 물론 ‘태조 이방원’으로 불리는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은 세계를 압도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손재주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나는 장영실(蔣英實)을 꼽고 싶다. 원나라 출신자의 아들인 그는 어머니가 관기(官妓)였기 때문에 ‘천민 신분은 모계에 따른다는 법’(賤者從母法)에 따라 노비가 됐다.
생몰연대는 미상이지만 솜씨가 너무 좋아 세종의 귀에 입소문이 들어갔고, 천민 신분을 면제받았다. 당상관(종3품)에 이르러 그 시대의 과학 문명을 일으킨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 과정에서 병조판서 조말생과 집현전 학사 서거정이 장영실을 많이 이끌어 줬다. 인생살이에서 훌륭한 인물을 만나는 것보다 더 큰 복이 없다. 장영실이 세종 아닌 다른 임금 시대에 태어났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을까.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세종이 위대하다. 장영실과 세종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세종이 피부병으로 경기도 이천의 온천으로 내려가다가 어가(御駕)가 부서지는 불상사가 발생해 그 책임으로 고문을 당하고 사라져 그 뒤의 행적을 알 수 없다. 천민에 대한 질투로 죽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최근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이 발표됐는데, 나에겐 생소한 이름들이다. DL이앤씨와 엔비코컨설턴트가 참여한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가 대상을 받았고, 한국전력기술의 ‘신고리 원전 3, 4호기 종합설계’가 최우수 기술상을 받았다. 이번에 같이 상을 받은 사막 플랜트와 해저 터널 등으로 국부를 창출한 기술자들이 진정한 애국자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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