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한 DSR 도입, 내년 대출길 좁아진다
정부가 내년부터 기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길이 좁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전 금융권의 변동금리·혼합형·주기형 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DSR 제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DSR은 대출자의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원금과 이자의 비율이 은행권 40%·비은행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정부는 DSR 산정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가능액을 줄이기로 했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은 월 대출 금리와 현재 금리를 비교해 정한다. 하한은 1.5%, 상한은 3%다. 예컨대 과거 5년간 최고 금리인 5.64% (2022년 11월)와 최근 금리(지난 10월 5.04%) 차이는 0.6%인데, 1.5%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최종 스트레스 금리는 1.5%가 된다. 정부는 현재 금리 기준을 매월 5·11월 금리로 정했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예금은행 가계대출 신규취급 가중평균금리가 스트레스 금리 산정에 사용된다.
대출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 금리는 달리 적용된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선 과거 5년간 최고금리와 현재금리 차이로 산정한 스트레스 금리를 100% 그대로 적용한다. 스트레스 금리가 1.5%로 정해졌다면 기존에 연 5%의 이자를 내는 대출자에 대해 대출 한도는 6.5% (5%+1.5%)의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액은 늘고 대출 한도는 줄게 된다.
반면 금리 변동 위험 수준이 낮은 혼합형·주기형 대출에 대해선 변동금리 대비 완화해 적용한다. 혼합형 대출은 일정 기간 고정 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 금리로 바뀌는 상품이다. 고정 기간이 길수록 스트레스 금리를 낮춰 준다. 30년 만기 대출시 고정 기간 5~9년은 변동금리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60%를, 고정 기간 15~21년은 20%를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변동금리 적용 스트레스 금리 1.5%의 60%인 0.9%, 20%인 0.3%가 각각 가산 금리로 붙는다는 의미다.
일정 주기로 금리가 변경되고, 그 기간 내에는 고정 금리가 적용되는 주기형 대출 역시 주기가 길면 스트레스 금리를 덜 적용한다. 완전 고정형 상품은 스트레스 금리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신용대출은 기존대출과 신규대출 잔액 포함 1억원을 넘는 경우만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다. 다만 향후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은 있다.
금융위는 내년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를 우선 적용한다. 내년 6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2024년 하반기에는 나머지 대출로 범위를 확대한다.
급격한 대출 한도 축소 가능성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스트레스 금리 적용 폭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과거 5년간 최고금리와 현재금리 차이로 산출된 스트레스 금리의 4분의 1(25%)을, 하반기에는 절반(50%)을 각각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2025년부터 산출된 스트레스 금리를 100% 반영한다.
스트레스 DSR 도입은 가계 부채 규모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잡기에 나섰지만,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사그라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내리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정책대출 자금이 풀리는 영향이다. 정부는 내년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과 20조~30조 규모의 청년 주택 드림 대출 등 정책금융을 내놓는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이 감지된다. 정부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 집값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어서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7000억원 늘었는데 특례보금자리론과 버팀목·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다하게 돈을 빌렸다가 금리 변동에 대응하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나면 전체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오효정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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