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역습, 새벽 배송 맞서 ‘퇴근길 장보기’ 승부수
서울 롯데마트 은평점에 ‘델리 로드’가 열렸다. 공식 오픈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방문한 이 점포는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매일의 먹거리 고민 해결’에 특화된 점포로 판매 품목의 90%가 식품이다.
이날 방문한 은평점에선 유러피안 채소가 뿌리째 포장된 스마트팜을 시작으로 빵, 델리 뷔페 바(Bar), 스시 오마카세, 시즈닝 육류 판매대를 이은 44m 길이의 ‘롱 델리 로드’가 펼쳐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델리 뷔페 바’다. 델리 로드 한 가운데 위치한 ‘요리하다 키친’에서는 ‘청귤 꿔바로우’ ‘마라 새우’ 등 17가지 아메리칸 차이니즈 델리를 4칸 또는 2칸 도시락에 골라 담아 포장할 수 있다. 박준범 점장은 “퇴근길에 ‘오늘 저녁은 또 뭐 먹나’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점포에 들러 먹거리를 손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이 온라인으로 떠난 고객을 오프라인 점포로 불러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말에 들러 일주일 치 식료품을 사 가는 기존 ‘마트’에서 벗어나 평일 저녁에 가볍게 들러 소소한 먹을거리를 사가는 ‘수퍼’라도 되겠다는 각오다. 쿠팡·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으로 식품 장보기 시장에 침투한 이커머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초신선 식품과 즉석조리 식품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도 신선·간편 식품 판매에 힘을 싣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며 식품 품목과 판매 면적을 크게 늘린 ‘메가푸드마켓’으로 꾸몄다. 총 매장 131개 중 24개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홈플러스 측은 “주요 점포에서 리뉴얼 1년 이후 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95%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매일 저녁거리 사러 오는 소비자’를 실제로 점포로 끌어오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하철역과 연결된, 접근성 좋은 점포는 극히 일부인데, 마트 한번 가자고 퇴근길 차량 정체와 주차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소비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과의 경쟁도 숙제다. 배달의민족 같은 앱으로 인근 식당의 저녁 메뉴를 내 집 식탁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오프라인 마트가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는 다음 달부터 일부 식품을 당일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의 성과를 보며 그랑 그로서리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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