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삼달이 마음 대신한 전설의 노래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가수 조용필이 작사·작곡한 명곡 ‘꿈’의 첫 소절이다. 1991년 발매한 정규 13집 타이틀곡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찾은 도시에서 마주한 슬픔과 좌절, 그리고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 개천에서 난 용이 되고 싶어 고향 제주를 떠난 조삼달(신혜선)이 지칠 때면 흐르는 이 노래는 드라마 속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한다.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서울에서 잘 나가던 사진작가 조삼달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뒤 제주로 내려가 희망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큰 지지대가 되는 게 38년 지기인 옛 애인 조용필(지창욱)이다. 흔한 전원 로맨스 같지만, 최근 방송분(8회)이 시청률 7.9%(닐슨, 전국)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첫 방송에서 5.2%였던 시청률은 6회 차에 8.3%로 치솟았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세대를 아우르는 요소들이 곳곳에 심겨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조용필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3회 초반 “젊음의 꿈을 찾던 철새들은 돌고 돌아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는 조삼달과 네 친구의 서울 생활이 나열되는데, 이 장면에서는 ‘마도요’(9집)가 흐른다. 또 제주에 남은 조용필이 조삼달을 그리워하며 ‘단발머리’(1집)를 부르는가 하면, 조용필과 조삼달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가사가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창밖의 여자’(1집)가 흐른다.
16부작 드라마에 조용필 노래 10곡 정도가 깔리게 된다. SLL과 함께 드라마를 공동 제작한 MI 이정희 대표는 “노래 한 곡은 3~5분짜리지만, 그 안에는 드라마 한 회나 영화 한 편에서 다루는 큰 세계가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팬층이 있는 조용필의 명곡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꼭 (드라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획 초반 드라마 취지와 의도, 진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도 준비하고 PT도 했는데, 선생님의 음악 철학이 ‘조용필 노래는 공공재’라고 하더라. 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대본을 발췌해 노래가 삽입될 장면도 직접 논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의 명곡 중 드라마 삽입곡을 선정하는 기획 단계에만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이유다.
1회 첫 장면에서 ‘국민 MC’ 고 송해가 깜짝 등장한 것도 화제였다. ‘전국노래자랑’ 과거 영상으로 AI(인공지능)를 학습시킨 뒤 딥 페이크 기술로 1994년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딥 페이크는 AI를 활용해 인물의 얼굴 등을 실제 영상이나 사진처럼 합성하는 기술이다.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은 송해였기에, AI를 활용해 되살린 친숙한 얼굴과 목소리는 시청자들에게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했다. 제작진은 이 역시 오랜 기간 송해의 유족과 소통하며 해당 장면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 외에도, 작은 어촌 마을 삼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하고 코믹한 로맨스는 장르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도시로 떠났던 주인공이 전원에서 치유하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로맨스는 ‘동백꽃 필 무렵’(KBS·2019), ‘갯마을 차차차’(tvN·2021) 등 여러 작품에서 이미 인기가 검증됐다. 정겨운 마을 사람들, 어린 시절을 함께해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죽마고우 등의 인간관계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는 ‘귀촌’ ‘귀향’ 등의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드라마에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웰컴투 삼달리’는 소재나 장르 자체가 갖는 힘이 크다. 제주도 마을의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편안한 전개가 지친 도시인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남녀 주인공 간 멜로 정서를 쌓아가는 것 외에 이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인간적이고 코믹하기도 한 마을 사람들 이야기”라며 “두 주인공 신혜선과 지창욱이 드라마 속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극적인 연기는 물론, 웃음과 편안함을 주는 코믹 연기까지 잘 소화한다는 점 또한 몰입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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