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의 시야
Q : 드라마 〈스위트홈〉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부활남〉과 〈여름의 카메라〉까지. 촬영으로 가득했던 2023년을 보냈어요
A : 마침 모든 촬영이 끝나서 한숨 돌리는 중이에요. 촬영장 바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가족 여행도 계획 중이고요.
Q : 2년 반 전 〈킹덤: 아신전〉으로 만났을 때는 코로나19로 중학교 생활을 즐기지 못했죠? 올해 한림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도 열심인 것 같던데
A : 고등학교를 1년 빨리 들어갔는데, 같은 반 언니 오빠에게 받는 에너지가 엄청 커요. 나도 되게 밝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았죠.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더라고요. 영상제작학과에서 연출을 배우고 있어요. 얼마 전 학교 축제에서 다 같이 만든 단편영화도 발표했고요.
Q : 어떤 내용인가요
A : 주인공이 다리를 다쳐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도와주는 게 좋아서 다리가 다 나았는데도 계속 붕대를 풀지 않고 있다가 그 사실을 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Q : 귀여운 내용인데요(웃음). 얼마 전 〈스위트홈〉시즌 2 팝업 스토어에 다녀왔더라고요. 작품에 출연한 배우에게도 신기하고 새로운 지점이었을까요
A : 18세 관람 불가 등급이라 제가 나온 부분 외의 전체 내용은 보지 못했지만, 여러 요소들을 실제로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상황실 세트는 처음 봐서 신기했고, 정말 팬의 기분으로 즐기고 왔습니다.
Q : 지난 12월 1일에 공개된 시즌 2에 첫 등장한 ‘아이’의 활약은 다음 시즌에서 한층 커질 것으로 짐작됩니다. 시즌 1부터 작품을 함께해온 이시영, 고민시, 송강 등 선배들의 도움도 톡톡히 받았을까요
A : 그럼요! 이진욱 선배님도 연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Q : ‘아이’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10대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훨씬 어리죠. 시아는 ‘아이’를 어떤 인물로 상상했나요
A : 사람들로부터 괴물이라고 공격받으면서 자기방어를 위해 갑작스럽게 성장했지만, 사실 태어난 지 1년 조금 지났을 뿐이죠. 덩치도 크고 말도 곧잘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순수한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Q : 엄마 이경(이시영)은 강한 사람이지만 ‘아이’를 대할 때는 갈팡질팡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A : 애증이라는 표현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모녀관계 같아요. 상황에 제한을 두기보다 아이가 엄마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엄마가 좋을 때는 좋고, 아프게 하면 싫은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Q : 〈스위트홈〉을 보면서 괴물 입장에 마음이 가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자신도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음에도 괴물을 무조건 혐오하는 인간들이 더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A : 절반은 인간, 절반은 괴물인 아이에게 인간과 괴물은 같은 선상에 놓인 존재거든요. 그런데 인간들에게는 당한 게 많잖아요. 그래서 서로 헐뜯고,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려 드는 인간보다 괴물에게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괴물이 더 좋냐 하면 그건 또 어려운 문제예요.
Q : 현실에서 소녀는 대체로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고요의 바다〉의 루나나 〈스위트홈〉의 아이처럼 장르물에서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져요
A : 루나도, 아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힘을 가졌죠! 연기하면서 내가 굉장히 중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쾌감이 들 때도 있어요. 현실에서 하기 힘든 경험이에요.
Q : 재난이나 극단적인 상황을 곧잘 상상하는 편인지?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도 많으니까요
A : 평소에 많이 상상하는 편은 아니에요. 〈스위트홈〉에서는 아무래도 인간들이 좀 너무하기 때문에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이라 해도 나는 절대 비인간적인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인간성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 아역배우는 현장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신경 쓰이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A : 감사하게도 다들 저를 귀여워해주세요. 항상 높임말을 쓰고, 인사도 잘 드리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촬영현장에 있는 것도 좋아하고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Q :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도 시아 씨를 좋아하는 어른 중 하나죠. 시아 어머니께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꾸준히 댓글을 달던데요
A : 항상 엄마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감독님의 댓글 중 웃긴 게 있으면 연락하기도 해요. “감독님, 이거 뭐예요?” 이러면서(웃음). 댓글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Q : 지난여름에 방영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로 TV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습니다. ‘아역 어벤저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역의 활약이 컸던 작품이기도 해요. 박소이(2012년생), 정현준(2011년생) 등 2008년에 태어난 시아보다 어린 배우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A : 특히 저와 내내 함께했던 현준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저보다 어린데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연기에 대해 굉장히 깊게 생각하더라고요. 앞으로 연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깜짝 놀랐죠.
Q : 고등학교에서 배우를 꿈꾸거나 연출에 관심 있는 친구도 많이 만났나요
A : 영화감독이나 PD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서 연출과 제작방식에도 관심이 깊어졌어요. 그래도 저는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긴 해요(웃음).
Q : 연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요즘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요
A : 요즘 수업 시간에 이와이 지 감독 작품을 많이 보여줘서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저는 〈러브레터〉를 제일 인상 깊게 봤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작품을 봐도 다 좋아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그걸 보면 사람은 정말 제각각인 것 같아요. 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도 학교에서 감상했어요. 보다가 잠드는 사람도 많은데, 전 고전영화와 잘 맞는지 재미있더라고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야기나 촬영 기법, 말투나 옷차림을 보면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의 기분이 들어요.
Q : 친구들이 내 출연작을 봤다고 하면 기분이 어때요? 반가운지, 쑥스러운지
A : 봐준 건 정말 고마운데, 부끄러운 마음이 커요. 언니들이 소감을 말하려고 하면 “민망해, 말하지 마”라고 해요(웃음).
Q : 지난 여름에 만났던 독립영화 〈여름의 카메라〉 촬영은 어땠나요. 주연으로 혼자 작품을 이끄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A : 대본을 봤을 때는 마냥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컸는데,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던 것 같아요. 책임감도 컸고요. 이 촬영으로 더 단단해진 기분도 들었어요. 교복 의상 핏을 예쁘게 잡아주신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웃음).
Q : 10대 배우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는지
A :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모든 작품을 정말 최선을 다해 촬영했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기 때문에 개봉이 미뤄지는 일이 생기거나 상대적으로 사랑을 못 받으면 마음 아프기도 해요. 모든 작품이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좀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죠.
Q :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김시아에게 당연한 일인가요
A : 항상 시야를 넓히려고는 하죠. 많은 작품을 읽거나 보기도 하고, 직접 경험도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Q : 2년 반 전에는 아직 스스로 ‘어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죠. 지금은 어떤 것 같나요
A : 이제 어린이는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성장한 청소년? 그래도 연말연시 선물은 기다려지는 청소년이에요(웃음). 4남매인데 막냇동생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거든요. 다 같이 가족끼리 ‘마니또’를 하려고요.
Q : 2024년 상반기에 공개될 〈스위트홈〉시즌 3 속 ‘아이’의 활약에 대해 아주 살짝 귀띔해 준다면
A : ‘아이’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돼요. 사람들을 만난 아이가 하나하나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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