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화학·철강…재조명받는 굴뚝 산업 CEO
2차전지·식품업계 수장들도 ‘눈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된 2023년에도 한국 기업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철강, 조선 등 기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차전지, 우주 산업을 비롯한 신산업은 성장을 가속화했다. 식품 산업은 전 세계에 ‘K푸드 열풍’을 주도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해당 업종 CEO 순위도 대거 상승했다. 2022년과 비교해 14명의 CEO가 순위가 높아졌고, 새롭게 이름을 올린 이도 19명에 달했다.
포스코·HD현대·LS 순위 상승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중화학 산업 활약이 돋보였다. 포스코, HD현대, LS 등 전통의 강자들이 대거 순위 급상승의 영광을 연출해냈다. 주력 분야에서 탄탄한 매출을 올리는 가운데, 신성장동력까지 성공적으로 발굴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2022년보다 순위를 3단계 끌어올려 종합 4위를 기록했다. 2021년 19위, 2022년 7위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이 건재한 가운데,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실적 상승과 체질 개선에 힘입어 포스코그룹은 2023년 재계 순위 5위에 진입했다. 앞으로도 전구체·양극재 등 2차전지 주요 소재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최소 4조4000억원을 블루수소, 니켈수산화침전물(MHP) 정제 사업 등 12개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10위에서 7위로 순위가 올랐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올라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2022년 말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그룹명을 ‘HD현대’로 바꾸며 새 시대를 열었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의 규모와 기능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국내 1세대 로봇 기업 HD현대로보틱스를 필두로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등 신사업을 키우는 모습이다.
LS그룹 선전도 눈에 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2022년보다 순위가 33계단(42위 → 9위) 뛰었다. 순위가 상승한 CEO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사업을 중심으로 2023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LS전선은 해저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가 늘었고 LS일렉트릭의 전력, 자동화기기 수주도 연일 증가세다. 여세를 몰아 2차전지 소재, 전기차 충전 솔루션,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차세대 신산업 기업 약진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2차전지, 방위 산업 관련 기업 CEO의 활약도 눈부셨다.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수장들은 나란히 50위 순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24위)은 2023년 두드러진 수출 성과를 나타내며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퓨처엠의 2023년 3분기 누적 2차전지 소재 수출액은 약 2조49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동기 대비 1조4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이 늘며 회사 전체 매출에서 2차전지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북미에서 고부가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 판매가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JV)인 얼티엄셀즈에만 2023년부터 13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부회장(40위)도 눈에 띈다. 양극재 기업에서 종합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엘앤에프는 음극재, 전구체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6월 차세대 음극재 사업 진출을 위해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고, 8월에는 전구체 사업을 위해 LS그룹과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조55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와 중저가용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방산·친환경에너지 기업도 순위가 약진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48위 → 18위)은 2022년보다 순위를 30계단 끌어올렸다. 2023년 폴란드 자주포 사업, 호주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해외 기업들을 제치고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화’의 존재감을 뽐냈다는 평가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19위를 차지했다. 탈원전 여파로 장기간 고난의 세월을 보냈지만, 2023년 잇따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한울 3·4호기 관련 수주를 따내며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5조9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2022년 동기(4조7901억원)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2024년에는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소터빈, 해상풍력 등 신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농심·삼양·동원·하림 ‘눈길’
‘K푸드’ 열풍을 일으키며 선전을 이어가는 식품업계 CEO 활약도 두드러졌다. 신동원 농심 회장(27위)을 비롯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45위), 김남정 동원산업 부회장(46위), 김홍국 하림지주 회장(49위)이 순위권에 새롭게 등장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31위) 순위도 1년 전보다 1단계 상승했다.
‘라면 빅3’로 불리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CEO가 모두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순위 상승을 이끈 배경은 해외 수출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10월까지 누적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약 1조200억원)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긴 건 2023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10년 전인 2013년(2억1253만달러)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성장세다.
수출 호조 덕분에 라면 업체들의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2023년 3분기 기준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434억원으로 2022년 3분기 대비 무려 125%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한 농심(104% 증가)과 830억원을 기록한 오뚜기(88% 증가)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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