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모두가 리더이자 기업가” 뉴 리더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CEO’ 종합 1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경제 발전 기여, 혁신 경영, 사회적 책임 등 평가 전 부문 1위를 싹쓸이했다. 1위 ‘올킬’은 매경이코노미가 ‘올해의 CEO’를 선정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내수는 물론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 판매 신기록을 달성했고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대응 역량에서도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다. 덕분에 2023년 현대차는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정 회장이 그리는 ‘완전히 새로운’ 현대차그룹에 대한 비전과 선대회장과 구분되는 그의 리더십을 조명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4위 두각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과 모빌리티 등 서로 요구되는 혁신 역량이 대비되는 산업군에서 분투를 벌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성과는 고무적이다.
우선 내연기관 톱티어 브랜드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지휘 아래 성공적인 성적표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3년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10대 중 7대가 현대차·기아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 국내 점유율은 70%를 넘겨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한 2023년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73%(1~11월 누적 기준)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신차 종류와 제품력, 사후관리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수입차 대체 효과로 국내 점유율 10% 돌파를 앞둔 점도 눈에 띈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150만대를 넘어선 데다, ‘2024 북미 올해의 차’ 수상도 확정돼 겹경사를 맞았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23년 1~11월 미국 시장에서 151만579대를 판매했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78만8403대, 기아가 72만2176대를 각각 팔았다. 이는 1986년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다 연간 판매 기록이다. 제네시스도 이 기간 6만2372대를 팔아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제네시스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4 북미 올해의 차’ 다목적 차량(유틸리티 차량) 부문에서도 사실상 수상을 확정 지었다. 최종 심사작 3종이 모두 현대차 코나, 기아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현대차그룹 차종으로 기분 좋은 ‘집안 대결’을 벌이게 됐다. ‘북미 올해의 차’는 차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에 따라, 2023년 2년 연속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 수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처음으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3년 10월까지 현대차·기아 글로벌 판매는 611만6962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8% 늘었다. 글로벌 점유율은 7.7%로 3위를 지켰다. 연말까지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3위 수성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 4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453만6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약 40%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47만대를 팔아 테슬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4위다.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6, EV6 외에도 니로 BEV(순수전기차)와 투싼·스포티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 힘입은 결과다.
고몰입 조직 구현 가속
학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모빌리티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정 회장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학계에서는 기술 변화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술 개발 못지않게 최고경영진의 인지적 관성(Cognitive Inertia)에 조직 명운이 갈린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에 비춰,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인식 전환이나 비전 전파 노력이 선대회장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본다.
현대차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완성차 ‘톱3’라는 현대차그룹의 현 지위와 평판은 ‘내연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갈고닦은 것이다. 반면, 앞으로 현대차가 전환하고자 하는 방향은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정반대의 조직 정체성 구축이 요구된다. 기존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두 가지 대비되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빚어지는 서로 다른 혁신 흐름(Stream)을 정 회장이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Integration)하느냐다.
스탠퍼드대 사례연구(Case Study)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를 공동 집필한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은 “현대차그룹은 시장 게임 체인저로 변신하기 위해 이상적인 인재상을 ‘창의적이고 판도를 바꾸는 인재’로 진화시켰다”며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제국을 유연하고 민첩한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려 한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이 구현하고자 하는 ‘게임의 규칙’으로는 크게 전동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Advanced Air Mobility) 그리고 수소 기술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서 현대차그룹이 두각을 보이는 부문은 전동화다.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의 민첩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경쟁사 대비 발 빠른 전용 플랫폼 개발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완성해 이를 기반으로 전동화에 최적화한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내놨다. E-GMP는 휠베이스 확장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차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듈러 구조(Modular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 리더십의 특징은 현대차그룹 본연의 기업가정신 리더십과 집합적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합적 리더십은 천재적인 한 명의 경영자가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분산·공유형 리더십에 속한다. 정 회장은 조직 구성원이 리더면서 기업가(Entrepreneur)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조직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내연기관에서 모빌리티 조직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갈등과 긴장이 불거질 때 진정한 의미의 고몰입(High Commitment) 조직을 구현하는 것은 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지목된다.
이무원 교수는 “모빌리티 연구 조직 성공이 내연기관 연구 조직 구성원에게도 성취감으로 돌아가는 문화와 보상 체계를 마련해 구성원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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