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빛낸 ‘올해의 CEO’…현대차그룹 도약 이끈 정의선 회장 1위
2023년 내내 세계 경제는 고금리 충격에 휘청였다. ‘G2’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데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우리 경제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악재에 수출 부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인이 적잖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가 하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올린 CEO도 많다. 매경이코노미 선정 ‘2023년 올해의 CEO’ 50인을 통해 2023년 재계를 이끈 리더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이 날개를 달았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 고수익 차종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양 사 합산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치인 27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의 올해 1~11월 전 세계 판매 대수는 총 674만2039대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12월 판매량을 고려하면 연간 판매 목표 대수인 752만1000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토요타그룹,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3위에 안착할 전망이다.
2위는 LG그룹을 이끌어온 구광모 회장에게 돌아갔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이 고루 성장하면서 그룹 성장세를 이끌었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키워드로 ‘ABC(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앞세웠다.
LG는 AI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과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 1월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또한 바이오 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도 1조8000억원을 베팅할 계획이다.
3위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TV 개발 부서에서만 30년가량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삼성전자 TV 15년 연속 세계 1위 신화를 쓴 주역으로 유명하다. LCD부터 LED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여간 삼성에서 내놓은 거의 모든 TV가 한 부회장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부회장은 모바일·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등 완제품사업부를 총괄하면서 삼성전자 도약을 이끌어왔다.
4위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 이후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를 늘리면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핵심 사업인 철강업 경쟁력도 탄탄하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순위에서 포스코는 14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5위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지난해 ‘올해의 CEO’에서 2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5위로 순위가 다소 떨어졌다.
6위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그는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2019년 말 한화솔루션 부사장으로 올라선 뒤 태양광 부문 마케팅 최고책임자로서 영업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사장,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한화그룹 3대 주력 사업인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중 금융을 제외한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중이다.
7위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HD현대 대주주) 아들인 정기선 부회장은 최근 신사업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후 ‘조선 전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이다.
“세계 1위 십빌더(Shipbuilder·조선사)에서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미래 개척자)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앞세웠다.
김동관·정기선…젊은 오너 경영인 두각
이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구자은 LS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이 나란히 8~10위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구자은 회장은 ‘비전 2030’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앞세웠다.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Carbon Free Electricity)’과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송호성 사장은 기아 수출기획실장,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사업 운영 전문가다.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면서 그는 “기아는 완성차 제조, 판매를 넘어 혁신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재무 순위 기반…전문가 230명 설문 평가
먼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주당순이익(EPS), 시가총액 등 5가지 지표를 분석했다. 평가 기준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작성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와 올 3분기 기준 1년간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비교했다.
시가총액 순위는 올 1~9월 기록한 연간 시총의 일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주당순이익은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을 9월 30일 기준 주식 수로 나눠서 비교했다. 이렇게 각각 5가지 지표 순위를 매긴 후 이를 더해 합산한 수치가 가장 낮은 순으로 최종 재무 순위를 결정했다.
비재무 부문 평가는 재무 부문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된 상위 100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를 기반으로 한다. 은행과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직원과 지점장,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교수와 컨설턴트 등 재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비재무 부문 평가 항목은 경제 발전 기여, 혁신, 사회 책임 경영 등 3가지다. 설문 대상자에게 분야별 기여도가 높은 CEO 5명을 우선순위 없이 선정하게 했다. 재무 순위와 설문조사 결과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결정했다.
설문 응답자는 총 230명이다. 은행 79명, 증권사 136명, 경제연구소 연구원 4명, 교수와 컨설턴트 11명 등이다. 취임한 지 3개월이 안 된 CEO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권 CEO는 평가에서 제외된다. 금융 CEO는 2024년 상반기에 별도 평가 후 선정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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