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광주 관광안내소 축소 방침에… 통역안내사 “실직 위기” 반발
이달 출범한 관광공사 “공채 선발”
통역 19명은 “전원 고용승계” 요구
광주지역 관광안내소 축소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관광행정의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졸속 관광정책’이라는 주장과 ‘적재적소 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통역안내사 고용승계와 맞물려 첨예한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관광공사가 지역 교통 관문과 유명 관광지 등에 설치된 관광안내소를 대폭 줄이기로 하자 통역안내사들이 자신들을 해고하려는 ‘꼼수’일뿐 아니라 관광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단법인 광주관광협회에서 운영권을 넘겨받게 된 광주관광공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6~8곳에서 통역서비스와 함께 관광정보를 제공해온 관광안내소를 내년부터 4곳으로 일괄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와 지난 12일 체결한 관광안내소 위·수탁 계약에 따른 것이다.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해온 18명의 통역안내사와 1명의 관리인력은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공개면접과 외국인 구사능력 검증 절차 등을 거쳐 ‘통과자’만 1년 단위 기간제 계약직으로 제한해 채용하기로 했다. 호봉제가 아닌 이들의 연봉은 경력에 따라 3000만원대 중반 수준이다.
관광안내소 운영주체가 바뀐 것은 광주관광협회 관계자가 관광안내소 등에 대한 민간위탁 사업비 5억여원을 불법적으로 유용·횡령하다가 적발돼 지난 3월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말 광주시의회에서는 “광주관광협회가 2011년부터 12년간 독점적으로 관광안내소를 지정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민관 협의체 성격의 광주관광협회는 그동안 관광산업 진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산업 활성화 조례’와 ‘광주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를 근거로 주요 관광지와 공항·기차역 등에 관광안내소를 설치·운영해왔다. 최근 3년간 관광안내소 이용자는 2021년 5만5839명, 2022년 6만1365명, 2023년 7만5337명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살림을 합쳐 지난 18일 출범식을 치른 광주관광공사는 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설치장소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특산품·기념품 판매 기능을 더한 복합 안내소를 선보인다는 구상을 다듬고 있다.
민선 8기 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구조혁신 차원에서 문을 연 광주관광공사는 광주시와 위·수탁 계약을 한 관광안내소가 4곳뿐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통역안내소 근무 인력도 반드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지방공기업법과 행정안전부 인사운영 기준에 공사 차원의 신규사업은 반드시 공개채용 방식을 거쳐 근무인력을 채용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광주관광협회에서 퇴직한 기존 인력 가운데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광주관광공사는 노무사·변호사 자문 절차를 거쳐 국제 행사가 많은 김대중컨벤션센터, 외국인 방문이 잦은 광주송정역과 버스터미널, 충장로·금남로 등 번화가와 인접한 전일빌딩에만 관광안내소를 거점화한 뒤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광주공항 등 불필요한 관광안내소는 ‘군살 빼기’를 위해 인력감축과 함께 전격 폐쇄하기로 했다.
전국 7곳의 광역단체 산하 관광공사 가운데 늦둥이로 태어난 광주관광공사는 그동안 60~70억원 수준이던 김대중컨센센터의 사내 유보금이 코로나19 팬더믹 기간을 거치면서 한 자릿수로 바닥을 드러낼 만큼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강조했다. 골프장, 면세점, 유스호스텔, 연간 120억원대 토지 임대계약 등 굵직한 기반 사업을 이미 확보한 다른 광역지자체 관광공사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고 뾰족한 수익원조차 없어 예산 절감을 위한 관광안내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준영 광주관광공사 경영기획실장은 “기존 통역안내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사 인사운영 기준을 어길 수 없다”며 “관련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수동적 기능을 향후 다각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퇴직과 더불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 통역안내사들은 “재미와 활력이 넘치는 익사이팅 광주실현을 외치는 광주관광공사가 안내소·통역안내사를 한꺼번에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소속된 전국플랫폼노동조합은 지난 2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태동한 광주관광공사가 기존 인력을 활용한 안정적 관광안내 서비스는 외면하고 신규 채용만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노조는 “국제선은 없지만 국내선을 타고 광주로 오는 외국인이 많은 광주공항 안내소 등을 폐지하는 관광 행정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통역안내사는 중국어 전공자가 8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일본어는 5명, 영어는 4명, 러시아어는 1명이다.
지역 관광협회가 대부분 공모 또는 지정 위탁받아 운영하는 전국 각지의 관광안내소는 광역시 가운데 인천이 11곳(인력 3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은 8곳 25명, 부산 7곳 27명, 대구 5곳 24명, 대전 4곳 12명이다. 관련 예산은 인천 15억3200만원, 부산 14억원, 울산 13억3600만원 등이다.
일선 시·군·구가 안내소를 직영하는 경기도와 충남, 전북에는 현재 관광안내소가 1곳도 없다. 반면 경남 7곳(12명), 전남 6곳(9명), 충북 3곳(13명), 경북 2곳(6명), 강원도 1곳(7명) 등 광역단체마다 제각각 지역특성에 맞게 안내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1곳당 평균 3.5명이 근무 중이다.
통역안내사 김모(40)씨는 “광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유업무인 통역안내만 하면 되는데 관광기념품까지 판매하라고 강요하려는 심산”이라며 “국제행사가 몰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 안내소를 올들어 일방적으로 폐쇄·철거한 이유와 배경이 비로소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원하지 않는 관광안내소 열쇠를 넘겨받아 당장 다음 달부터 운영책임을 떠맡은 광주관광공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도시·교통 공사와 더불어 광주지역 3대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광주관광공사는 지역 관광·마이스 산업 육성의 활로를 찾고 관광 안내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각계의 지혜를 모아 묘안을 짜내겠다는 구상이다.
김진강 광주관광공사 초대 사장은 “광주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관광·마이스 통합 플랫폼에 관광안내소를 어떻게 녹여낼 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지역 관광 생태계 확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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