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장보기'에 밀리는 대형마트 "오늘 저녁 사러 오세요" 반격
서울 롯데마트 은평점에 ‘델리 로드’가 열렸다. 공식 오픈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방문한 이 점포는 평범한 식품관이 아닌,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전문점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랑 그로서리는 ‘매일의 먹거리 고민 해결’에 특화된 점포로 판매 품목의 90%가 식품이다. 이날 방문한 은평점에선 유러피안 채소가 뿌리째 포장된 스마트팜을 시작으로 빵, 델리 뷔페 바(Bar), 스시 오마카세, 시즈닝 육류 판매대를 이은 44m 길이의 ‘롱 델리 로드’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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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90%를 식품으로…매일 오는 퍼처럼
대형마트들이 온라인으로 떠난 고객을 오프라인 점포로 불러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말에 들러 일주일 치 식료품을 사 가는 기존 ‘마트’에서 벗어나 평일 저녁에 가볍게 들러 소소한 먹을거리를 사가는 ‘수퍼’라도 되겠다는 각오다. 쿠팡·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으로 식품 장보기 시장에 침투한 이커머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초신선 식품과 즉석조리 식품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은 매장 판매 품목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웠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식품과 비식품군 구성을 5대 5 또는 6대 4 정도로 맞추는 점을 고려하면 식료품 비중을 대폭 늘렸다. 다른 대형마트도 신선·간편 식품 판매에 힘을 싣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며 식품 품목과 판매 면적을 크게 늘린 ‘메가푸드마켓’으로 꾸몄다. 총 매장 131개 중 24개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홈플러스 측은 “주요 점포에서 리뉴얼 1년 이후 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95% 늘었다”고 설명했다.
부담 없이 들르는 마트 가능할까
그러나 대형마트가 ‘매일 저녁거리 사러 오는 소비자’를 실제로 점포로 끌어오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하철역과 연결된, 접근성 좋은 점포는 극 일부인데, 마트 한번 가자고 퇴근길 차량 정체와 주차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소비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과의 경쟁도 숙제다. 배달의민족 같은 앱으로 인근 식당의 저녁 메뉴를 내 집 식탁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오프라인 마트가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들도 배달 카드를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는 다음 달부터 ‘델리 뷔페 바’에서 판매하는 17개 메뉴를 제외한 식품에 한해 4만원 이상 구매 시 당일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셰프가 개발한 차별화된 델리 메뉴를 원하는 양만큼 선택해서, 다른 식료품과 함께 받아 보는 장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의 성과를 보며 그랑 그로서리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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