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사 아들도 ‘UP 감정’ 전세사기 가담…아버진 게임에 13억 탕진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임대인 정씨 일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감정평가사인 아들을 동원해 건물의 가격과 가치를 부풀리는 ‘업(UP) 감정’으로 임차인 214명에게 보증금 22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만 214명, 피해 금액은 225억원
수원지검 형사5부(이정화 부장)는 사기와 감정평가법위반, 부동산실명법위반 등 혐의로 정모(59·구속)씨 부부와 아들(29)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씨 일가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임차인들과 1억원 내외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 수는 214명, 피해 금액은 225억원에 이른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 등은 임대사업을 위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원시 일대에 가족과 법인 명의로 800가구의 주택을 취득했다. 정씨 등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700억원 가량을 대출 받은 뒤 이를 통해 전세금을 돌려막는 식으로 800가구에 이르는 주택 임대 사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인중개사 사무소 3개를 직접 운영하며 은행 채무가 있는데도 안전한 건물인 것처럼 속였다.
감정평가사인 아들 정씨는 아버지와 짜고 건물의 희망 감정가를 다른 호실 시세보다 28~63% 이상 높게 평가하는 부풀리는 ‘업(UP) 감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올해 3월부터는 임대업체 소장으로 일하면서 주택의 감정평가와 자금 관리 등에 관여했다. 아버지 명의 건물 5채를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세사기로 모은 보증금을 개인적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버지 정씨는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만 13억원을 탕진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해당 게임 계정과 93개의 게임 캐릭터 등을 확보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은 국토교통부에 아들 정씨의 감정평가법 위반에 대한 징계 검토도 의뢰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일가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 수행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은닉 재산을 철저히 환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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