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 싫다던 민주당, 검사 사칭한 분 절대존엄 모시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엔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이준석 전 대표 탈당, ‘김건희 특검법’ 등 혼란한 정국에서 한 위원장이 우선 당내 안정을 꾀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저는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질문을 받아왔다”며 “제가 묻고 싶다.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를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냐”고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검찰당이라고 비판한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2년 검사 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을 거론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 수락 연설 때도 민주당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으로 지칭하며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으로 규정했다.
한 위원장은 ‘70년대생 비대위원장의 출현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란 말은 신뢰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 열망이 있고, 저도 거기에 100% 공감한다”면서도 “이창호 (바둑) 사범은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조지 포먼은 내 나이 때 헤비급 챔피언을 했고, 히치콕 감독은 60살 때 (영화) ‘싸이코’를 만들었다. 열정과 동료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선의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바꿔나가야 하는 건 맞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건 누군가에게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상엔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불출마가 확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불출마 이유에 대해선 “국회의원이 돼서 입법 활동을 통해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은 것이다. 말로만 ‘헌신하겠다, 헌신하자’고 하면 다들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밖으론 강경 발언, 내부엔 안정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여권 지지층 결집과 동시에 불안한 내부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정치권과 접점이 별로 없는 한 위원장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대폭적인 인적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대적인 쇄신 바람이 불 경우 비대위가 안착하기 전부터 당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며 “특검법 정국이 지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들어설 때까진 한 위원장이 당 안정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국회 본관으로 출근한 뒤 주요 당직 및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집중했다.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그는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을 상징하는 사람을 모셔야 한다”며 “(비대위는) 당연히 비(非)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정치인을 비하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치인은 또 정치인의 역할이 있고, 비대위는 정치를 바꾸는 상징적 모습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런 분(비정치인)들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조국 사태’를 비판하며 참여연대를 탈퇴한 김경율 회계사 등이 비대위원 후보로 거론된다.
이날 한 위원장의 출근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날 착용한 검은 안경테와는 다른 뿔테 안경을 쓰고, 어깨엔 백팩을 둘러맸다. 점심엔 ‘선약이 없는 당직자’를 모아 여의도 인근의 설렁탕 집을 찾았다고 한다.
한편 권오현(서울 성동갑), 김기흥(인천 연수을), 김보현(경기 김포갑), 김성용(서울 송파병), 이승환(서울 중랑을), 이창진(부산 연제) 등 대통령실 출신이 주축이 된 14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 및 출마 예정자들은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의 공동 선언문’을 서약 형식으로 발표했다. 전날 한 위원장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화답 차원이다.
앞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도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 국회’를 규탄한다”며 자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한 적이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모두 110명이 서약에 동참했는데, 법조인 출신인 김웅ㆍ권은희 의원 두 명만 불체포특권이 헌법상의 권리라며 서약을 거부했다. 김 의원은 헌법이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투표 절차를 정하고 있는 만큼 포기 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정·전민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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