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 창시자" 마오 치켜세운 시진핑, 스스로 '계승자' 격상

신경진 2023. 12.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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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마오쩌둥의 시신을 안치한 마오주석기념당 로비에 마련된 마오 동상에 절을 하고 있다. CC-TV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중국 건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의 탄생 기념일(26일)을 맞아 ‘마오 정신’과 대만과의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마오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시 주석 스스로를 마오의 계승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사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마오쩌둥 동지의 숭고한 정신은 항상 우리가 전진하도록 격려하는 강대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오쩌둥 동지는 위대한 혁명영수(領袖)의 높고도 멀리 보는 정치적 선견지명, 확고한 혁명신념, 용감하고 비범한 박력, 최고경지의 투쟁예술, 걸출한 지도력을 보여주며 전당과 전국 각 민족 인민의 추대와 공경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인 26일 베이징의 골동품 상가에 걸린 마오 주석 초상화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위대한 위업을 추진하는 것은 마오쩌둥 같은 앞세대 혁명가가 달성하지 못한 사업이자 현재 중국 공산당원의 엄숙한 역사적 책임”이라며 “새로운 여정에서 역사적 자신감을 갖고 중국식 현대화의 웅대한 사업을 계속 전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오쩌둥을 찬양하면서 그가 완성하지 못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좌담회에 앞서 천안문광장의 마오주석기념당에 안치된 마오의 시신을 참배한 시 주석은 “마오쩌둥 동지는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위대한 창시자”라며 “마오 동지를 가장 잘 기념하려면 그가 시작한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3기의 정치적 구호인 ‘중국식 현대화’를 마오가 시작한 미완의 과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을 마오의 계승자로 격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지도자 중 덩샤오핑(1904~1997)을 지우고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최근 추세는 마오쩌둥 탄생 기념일의 지도자 발언·연설에 등장한 키워드의 빈도에서 확인된다.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덩샤오핑’의 언급 회수는 34(100주년)→18(110주년)→4(120주년)→0회(130주년)로 줄었다. ‘문화대혁명’과 같은 마오의 잘못을 의미하는 착오(錯誤)와 실수(失誤)란 단어는 15→3→17→6회로 나타났다. (표 참조)

김주원 기자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는 계속 격상됐다. 지난 1993년 장쩌민 주석은 100주년 연설에서 마오를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무산계급 혁명가·전략가·이론가, 중국의 위대한 애국자·민족 영웅으로 평가했다.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은 여기에 국가의 면모를 철저히 바꾼 일대 위인을 추가했다.

10년전 2013년 시 주석은 120주년 연설에서 마오에 대한 평가에 “당의 1세대 중앙영도집체의 핵심”이란 표현을 추가했다. 그러면서도 “혁명 영수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라며 “그가 위대하다고 그를 신처럼 숭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연설·발언엔 '숭배 금지' 등의 표현이 아예 사라졌다. 대신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화한 개척자', '중국식 현대화의 창시자', '인류 진보 사업에 공헌한 국제주의자'란 표현으로 마오를 찬양했다.

이에 대해 샤밍(夏明) 뉴욕시티대학 교수는 “시진핑의 이번 연설은 자신을 마오쩌둥 노선의 계승자로 보여줌으로써 정권의 합법성, 자신의 권위와 목표, 모든 제도의 본보기를 전부 마오쩌둥과 100% 연결시켰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이 이루지 못한 대만 통일 의지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대세의 흐름이자 대의이며, 민심이 향하는 곳”이라며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고 필연적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어떤 사람, 어떤 방식도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오가 이루지 못한 대만 통일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또한 다음달 치를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재집권 여부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대만 통일 발언은 지난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중국은 끝내 통일하고, 필연적으로 통일할 것”이라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 마오쩌둥 후손과 혁명 원로 2세대가 대거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외손자 쿵지닝(孔繼寧)과 아내 선룽(沈蓉), 손자 마오신위(毛新宇)와 아내 류빈(劉濱), 외손녀 쿵둥메이(孔冬梅). 뒷줄 오른쪽 군복 차림이 마오쩌둥의 증손자 마오둥둥(毛東東)이다. 마오둥둥 뒤로 시진핑 주석의 동생 시위안핑(習遠平)이 보인다. CC-TV 캡처


마오 증손자 참석…장칭과 낳은 리나는 결석


한편 이날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좌담회에는 마오의 후손이 대거 참석했다. 마오의 딸 리민(李敏), 손자 마오신위(毛新宇), 외손자 쿵지닝(孔繼寧), 외손녀 쿵둥메이(孔冬梅)이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 방영됐다. 마오쩌둥의 증손자이자 마오신위의 아들인 마오둥둥(毛東東)이 군복 차림으로 참석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7일 보도했다. 다만 마오의 네번째 부인인 장칭(江靑)과 사이에서 태어난 딸 리나(李訥)는 참석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동생 시위안핑(習遠平), 저우언라이(1898~1976)의 조카딸인 저우빙더(周秉德), 양상쿤(1907~1998)의 아들 양사오밍(楊紹明), 리셴녠(1909~1992)의 딸 리샤오린(李小林), 천이(1901~1972)의 아들 천하오쑤(陳昊蘇) 등 혁명 원로 2세대도 대거 참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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