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이어진 인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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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든 유학이든 또다른 목적이든 타지에서의 생활은 일상에서 분명한 자극이 된다.
<이어지는 땅> 은 제목처럼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라는 공간 배경에서 서로 다른 사연과 사정이 있는 남녀가 인연을 맺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어지는>
끊길 듯 이어지는 인연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감정의 잔재를 화면 곳곳에 녹일 뿐이다.
주체성을 잃고 타지에서 쉽게 타자화되는 이방인의 정서는 그 자체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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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 5시55분 |
여행이든 유학이든 또다른 목적이든 타지에서의 생활은 일상에서 분명한 자극이 된다. 더욱이 현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날라치면 평소보다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 여행의 설렘.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새해 첫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어지는 땅>은 제목처럼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라는 공간 배경에서 서로 다른 사연과 사정이 있는 남녀가 인연을 맺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시작은 호림(정회린)의 시선에서부터다. 런던 유학 생활 중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우연히 발견한 캠코더에서 낯선 여성 이원(공민정)의 모습을 발견한 그가 어떤 계기를 통해 실제로 원과 만나게 된다.
원은 런던에 있다가 밀라노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 런던 생활 때 지인 경서(김서경)와 동환(감동환) 커플과 만나던 중 호림을 알게 됐고, 이후 호림의 사연을 듣는다. 알고 보니 호림은 예전 연인 동환의 흔적을 쫓아 왔던 것. 헤어짐의 후회와 여러 감정을 품던 호림을 바라보는 원의 표정이 꽤 복잡하다.
▲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 5시 55분 |
▲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 5시55분 |
극적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뒤흔드는 일들은 영화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끊길 듯 이어지는 인연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감정의 잔재를 화면 곳곳에 녹일 뿐이다. 서사적 구성과 갈등 해결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선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특유의 정서가 꽤 설득력 있어 큰 방해요소로 작용하진 않는다.
그 정서라 함은 아무래도 뿌리없음, 즉 최근 몇몇 교포 배우들과 한인 2, 3세 배우들 사이에서 소환된 이민자 혹은 이방인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주체성을 잃고 타지에서 쉽게 타자화되는 이방인의 정서는 그 자체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를 영화 속 캐릭터와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녹였는지는 물론 다른 문제겠지만, <이어지는 땅>에선 장황하게 이야기를 벌이지 않고 각 인물에게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유하는 삶은 쓸쓸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소중한 인연은 생기는 법이다. 애써 우울감에 잠식당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등장인물들이 반갑다. 물론 모든 걸 포기한 인물도 있었고, 애써 소중한 인연에 개의치 않는 냉소적 태도를 지닌 인물도 있었다. <이어지는 땅>은 그 모든 가능성의 씨앗을 남겨둔 채 이야기를 맺는다. 투박하지만, 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평점: ★★★(3/5)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정보 |
원제: The Continuing Land 감독: 조희영 출연: 공민정, 정회린, 류세일, 감동환, 김서경 제작: 5시55분 배급: 필름다빈 러닝타임: 87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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