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검토”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잘 알려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금융권에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워크아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위기감이 더욱 증폭됐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에 “내일(28일) PF 만기가 돌아오기도 해서 다양하게 자구 노력을 하는 중”이라며 “최근 성과도 많이 냈지만 이후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서 그냥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도 있고, 워크아웃도 있고 다양하게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선택지를 설명하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태영건설 측이 직접 ‘워크아웃’을 검토 중인 방안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13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만 해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태영건설 관계자는 “2, 3분기 실적이 잘 나온 데다 창업자(윤세영 회장)도 복귀하셨고 얼마 전에 그룹에서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발표도 하지 않았느냐”며 “그럴(워크아웃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워크아웃 임박 보도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며 “상기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해명 공시를 냈다. 2주 전에는 풍문에 관한 언론 취재나 보도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뿐 따로 부인 공시를 내지는 않았다.
이런 분위기 변화를 두고 태영건설이 결국 자금난을 스스로 해결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주 전만 해도 뜬소문으로 취급했던 ‘워크아웃’ 옵션이 지금은 의사결정을 위한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태영건설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워크아웃까지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외부에서는 ‘결국 워크아웃을 진지하게 검토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데 초첨이 맞춰지고 있다.
시공능력순위 16위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 자금줄인 금융권은 긴장한 모습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부동산 PF를 고리로 한 유동성 위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은 당장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28일을 1차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번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달에만 3956억원 규모, 내년에는 3조원 넘는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영향을 긴급하게 논의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날 저녁 만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논의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회의가 열렸던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날 긴급 회동을 두고 태영건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 의사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부실기업 정상화를 밟게 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유동화증권을 태영건설이 직접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PF 채무 대응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태영건설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 자금조달시장 자체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태영건설 말고도 PF 리스크가 있다고 거론되는 곳이 많은 데다 하도급 업체의 경영 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태영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57% 내린 24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0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강창욱 이광수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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