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한화의 '아름다운 동행' 위한 필수조건

이준목 2023. 12.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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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몸값', 돈보다 명예에 호소해야

[이준목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한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토론토 로이터·USA TODAY=연합뉴스
 
'괴물' 류현진이 다음 시즌 활약할 팀은 어디일까. 어느덧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결정되지 않은 류현진의 거취를 둘러싸고 야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류현진은 2023시즌이 끝나면서 토론토와의 4년계약이 만료되고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에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면서 건재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지난 2020년 첫 FA 당시 4년 8000만 달러(약 1035억원)의 대박 계약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에이스급 선발투수로서 대우를 받았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겼고 잦은 부상이력으로 높은 수준의 장기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특유의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은 여전했다. 선발진 보강을 노리는 팀이라면 3-4선발로 단기계약을 노리기에는 아직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800만 달러(약 105억원) 수준의 1년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자유의 몸이 된 류현진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KBO리그 복귀 역시 그 중 하나의 옵션이다. 류현진은 국내 무대로 돌아온다면 친정팀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확한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올시즌 빅리그에서 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류현진은 내년에도 일단 메이저리그 잔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류현진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스캇 보라스 역시 "류현진은 내년에도 미국에 뛸 것이다. 그에 대한 빅리그 팀들의 관심이 매우 많다"며 한국 복귀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계약 소식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시장 상황과 관계되어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대형 FA들이 유난히 대거 등장했고 우선 순위인 스타플레이어들의 계약 시점이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류현진같은 준척급 FA들의 계약까지 자연히 밀려난 것이다.

일본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 최근 LA 다저스와 7억 달러(약 906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데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 역시 포스팅시스템을 통하여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206억원)의 초특급 대우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정후도 샌프란시스코로 6년 1억 1300만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빅리거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FA시장에는 블레이크 스넬, 코디 벨린저, 조던 몽고메리, JD 마르티네스, 맷 채프먼같은 거물급 선수들이 남아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잔류한다고 해도 거취는 새해를 넘겨서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가을야구 도전하는 한화

그렇다면 국내 복귀 시나리오는 여전히 불가능할까. 한화 구단과 팬들은 여전히 류현진의 국내 복귀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올시즌 9위로 3년 만의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는 다음 시즌에는 2018년 이후 6년만의 가을야구 도전을 꿈꾸고 있다.

한화는 다음 시즌 전력구상의 퍼즐을 거의 맞춰가고 있다.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와 재계약했고 타자로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요나단 페라자를 영입했다. 내부 FA였던 베테랑 우완 장민재와 2+1년 총액 8억에 계약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올시즌 홈런과 타점왕을 석권한 노시환은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자리잡았고, 문동주 역시 국가대표급 투수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험난한 리빌딩 과정을 거치 김서현·문현빈·황준서 등 차세대 유망주들도 데려왔다. 

여기에 류현진까지 가세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화는 다음 시즌 단숨에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하는 류현진은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투수들을 능가하는 독보적인 1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페냐와 산체스가 나름 준수했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도 드러냈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한 에이스인 류현진의 합류는 한화 마운드의 무게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과거 송진우-구대성-박찬호같은 선배 레전드 투수들이 그러했듯, 류현진이 문동주-김서현같은 젊은 투수들에게 류현진이 미칠 멘토로서의 학습효과는 보너스다.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몸값'이다. 한화는 지난 20일 KBO가 발표한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에서 샐러리캡 114억 2638억 원 중 85억 3100만 원을 채웠다. 여유분은 약 28억 9천만원이다. 이 금액을 모두 류현진의 연봉으로 쏟아붓는다고 해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받는 몸값에는 크게 못미친다.

류현진은 현재 메이저리그 FA시장에서 1년 계약 기준 800만달러(약103억)에서 1000만달러(약 129억 5000만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KBO리그 최고 연봉은 SSG 김광현이 2022년 받았던 81억 원이며 그 뒤를 추신수(27억, SSG) 이대호(25억, 은퇴)가 잇고 있다.

결국 한화가 류현진을 설득하려면 돈보다는 명예에 호소해야 한다. 류현진은 프로무대에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추신수는 말년에 KBO리그로 들어와 SSG에서 통합우승의 영광을 맛봤고 다음 시즌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한화 암흑기의 시작을 지켜보면서 메이저리그로 떠났던 류현진이 친정팀을 암흑기에서 구원해내는 에이스로 거듭난다면 이보다 더 명예로운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위한 서사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동행에도 타이밍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 과연 류현진과 한화는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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