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명곡·AI로 구현한 송해…‘웰컴투 삼달리’가 전하는 위로와 향수

어환희 2023. 12.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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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유명 사진작가 조삼달(신혜선)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뒤 제주로 내려가 삶의 희망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사진 MI, SLL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가수 조용필이 작사·작곡한 명곡 ‘꿈’의 첫 소절이다. 1991년 발매한 정규 13집의 타이틀곡으로 꿈을 위해 찾은 도시에서 맞닥뜨린 슬픔과 좌절, 그 안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 개천에서 난 용이 되고 싶어 고향 제주를 떠난 조삼달(신혜선)이 지칠 때마다 흐르는 이 노래는 드라마 속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한다.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진작가로 일하던 조삼달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뒤 제주로 내려가 삶의 희망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큰 지지대가 되는 것은 옛 애인이자 38년 지기 조용필(지창욱)이다. 흔한 전원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최근 방송된 8회에서 시청률 7.9%(닐슨, 전국)를 기록했다. 지난 2일 5.2%로 시작한 첫 방송은 6회 차에 8.3%로 치솟기도 했다.

‘웰컴투 삼달리’에서 조삼달 역을 맡은 신혜선. 사진 MI, SLL

‘폭넓은 팬층’ 조용필 명곡 삽입…기획에만 2년 소요


‘웰컴투 삼달리’의 가장 큰 매력은 세대를 아우르는 요소들이 드라마 곳곳에 심어져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조용필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3회 초반 “젊음의 꿈을 찾던 철새들은 다시 돌고 돌아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조삼달과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는 그의 친구들의 외롭고 치열한 서울 생활이 나열되는 장면에서는 ‘마도요’가 나온다. 극 중 제주에 남은 조용필이 조삼달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는 ‘단발머리’, 애증 관계의 조용필과 조삼달이 서로 미역을 던지며 싸우는 장면에서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가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곡 ‘창밖의 여자’가 흐른다.

16부작 드라마에는 10곡 내외의 조용필 노래가 깔리게 된다. SLL과 함께 드라마를 공동 제작한 MI(엠아이) 이정희 대표는 “노래 한 곡은 3~5분 짜리지만, 그 안에는 드라마 한 회나 영화 한 편에서 다루는 큰 세계가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폭 넓은 팬층이 있는 조용필의 명곡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꼭 (드라마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 “기획 초반 드라마 취지와 의도, 진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도 준비하고 PT도 했는데, 선생님의 음악 철학이 ‘조용필 노래는 공공재’라고 하더라. 모두의 노래이기에 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대본을 발췌해서 노래가 삽입될 장면을 조용필 측과 직접 논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의 수많은 명곡 중 드라마 삽입곡을 선정하기까지 기획 단계에서만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이유다.

2일 방송한 ‘웰컴투 삼달리’의 1회 첫 장면에선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한 고(故) 송해가 등장했다. 사진 MI, SLL


1회 첫 장면으로 나온 ‘국민 MC’ 고(故) 송해의 깜짝 등장 역시 화제였다. ‘전국노래자랑’ 과거 영상을 모아 AI(인공지능)를 학습시켜 딥페이크 기술로 1994년 당시 송해의 모습을 재현한 결과다. 딥페이크는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하는 딥러닝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34년 동안 프로그램 진행자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진행자이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얼굴과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1년 가까이 송해의 유족들과 소통하며, 해당 장면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제주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위로와 힐링”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도의 작은 어촌마을 삼달리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사진 MI, SLL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 외에도 제주도의 작은 어촌 마을인 삼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하고도 코믹한 로맨스는 장르 자체로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도시를 떠난 주인공이 전원에서 치유받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로맨스 장르의 인기는 ‘동백꽃 필무렵’(KBS·2019), ‘갯마을 차차차’(tvN·2021) 등 이미 여러 작품에서 검증된 바 있다. 정 많은 마을 사람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많은 추억을 쌓은 죽마고우 등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려는 '귀촌' '귀향'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드라마에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웰컴투 삼달리’는 소재나 장르 자체가 갖는 힘이 크다. 제주도 마을을 풍광으로 펼쳐지는 편안한 극의 전개가 지친 도시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남녀 주인공 간의 멜로 정서를 쌓아가는 것 외에 이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인간적이고 코믹하기도 한 마을 사람들 간의 이야기”라면서 “두 주인공 신혜선과 지창욱이 드라마 속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극적인 연기는 물론, 웃음과 편안함을 주는 코믹 연기까지 잘 소화한다는 점 또한 몰입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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