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가르쳐야" 미적분 뺀 수능에 '대학 5년제' 꺼낸 교수들
현재 중 2가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범위에서 이과 수학인 미적분Ⅱ, 기하가 빠진다. 수능이 공통과목 위주로 재편된 데다가 이과 수학만 따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과목조차 신설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공계열 교수들은 “첨단 과학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미적분·기하, 수능에서 제외…“학업 스트레스 줄일것”
현행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Ⅱ·기하는 새로운 수학 공통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험 범위에 포함되는 미적분Ⅰ은 기초적인 개념, 함수만 다루고 있어 ‘문과 수학’으로 분류된다. 교육부는 심화수학 과목을 신설해 이과 수학을 소화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자 이를 수용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학생이 치러야 하는 수능에서 문제풀이 중심의, 너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며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거나 수학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큰 문제”라고 심화수학 제외 이유를 밝혔다.
향후 심화수학 포함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부총리는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고, 이 방향으로 계속 수학 교육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5년 가르쳐야 하나”…이공계, 학력 저하 우려
미적분, 기하를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한 건 처음이 아니다. 7차 교육과정이 반영된 2005~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미분과적분’이 선택과목으로 빠지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도 미적분을 응시하지 않고도 대학 진학이 가능했다. 이 기간 문과 학생들이 치른 수리 ‘나형’에서도 미적분이 제외됐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학력 저하 논란 일면서 2012학년도 수능부터는 출제 범위가 미적분까지로 늘었다.
대학가에서는 또 다시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한 물리학과 교수는 “현재 대학 1학년이 듣는 일반 물리 1,2 과목은 교재 자체가 미적분을 안다고 가정하고 쓰여진 것”이라며 “앞으로 미적분까지 대학에서 가르친다고 하면 수업 과정이 5년제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수학과 교수는 “미국이 학업 부담을 줄인 선진 교육 시스템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미국 고등학생도 AP(대학 과목 선이수제)로 대학교 1,2학년 때 배울 기초과목을 배우고, 시험 쳐서 들어온다”며 “우리는 되레 시스템이 후퇴한 것인데, 첨단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와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의 기계공학과 재학생도 “기하, 벡터를 안 배운 학생들이 전공과목 수업을 들으며 어려워하는 걸 봤다”며 “결국 언젠가 배울 거라면 고등학교에서 미리 공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입 전형도 변할까…“대학별 고사 강화할 것”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나 의대 등에서는 정시에서도 학교 내신 성적 제출 시 미적분 등 관련 과목을 이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심화수학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모집 전형 변화에 대해 대학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입시안을 안착시키기 위해서 대학 입학처장과 교육감, 교사 등의 입장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은 “내년부터는 대학 현장과 함께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2028 입시안을 안착시키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이가람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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