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워크래프트 럼블’...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뒤에 숨겨둔 매운맛”
최근 기존 IP를 이용한 신작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선보여 IP 확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창세기전 1&2’의 정식 후속작인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스위치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계승한 모바일 신작 ‘그라나도 에스파다M’도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다뤄볼 ‘워크래프트 럼블’도 마찬가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게임은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 시리즈 IP를 기반으로 출시한 모바일 RTS(실시간 전략 게임)다. 이용자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영웅, 악당 괴물들로 구성된 미니어처 부대를 만들고 지휘할 수 있다.
첫인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게임의 감성을 알려준다. 오락실 같은 배경에서 미니어처 모양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전투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무럭무럭 차오른다. 기존 IP 팬들과 키덜트들의 마음을 공략하기엔 충분한 모습이었다.
게임 시스템 자체도 RTS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워크래프트 럼블’은 내 본진을 지키면서, 적의 최종 탑이나 우두머리를 무찌르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금화’라는 재화를 소비해서, 그 값에 맞는 ‘미니(캐릭터)’를 소환해 적, 혹은 포탑과 싸우거나 맵에 있는 ‘보물상자’를 획득할 수 있다.
‘금화’는 자연적으로 3초에 하나씩 생성되지만, ‘보물상자’를 열거나 ‘금광석’에 광부 유닛을 보내 추가적으로 회복 가능하다. ‘미니’의 스킬과 물량에 따라 전세가 변하기 때문에, ‘금화’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했다.
한 판당 소요되는 시간은 총 4분 30초로, 3분 30초가 지나는 순간부터 1분간 자동으로 획득하는 금화가 2배가 되는 ‘피버 타임’이 된다. 5분이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끊임없이 내 진영과 적의 움직임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편이다.
메인 전투 외에도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는 ‘PvP’,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퀘스트’나, ‘아크라이트 쇄도’ 등의 콘텐츠도 있지만 자잘한 지형이나 적, 제한 사항 등이 달라질 뿐 전체적인 흐름은 유사했다.
여기까진 좋다. 비슷한 장르를 좋아하는 게임이나, IP에 애정이 있는 이용자라면 무난하게 선택하기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플레이를 할수록 ‘RTS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게임에 있는 모호하거나 생략된 표현이다. 게임에서는 중요한 요소인 ‘우두머리 적의 기믹’, ‘특정 효과에 대한 명확한 수치’, ‘시리즈를 즐기지 않으면 모르는 상태 이상 요소’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거대한 진입 장벽을 세웠다.
예를 들어 몇몇 우두머리 적들의 정보에는 “포화의 방향을 돌려 가즈로의 병력을 노리세요!”라고 기믹을 설명해 주는 반면, 나머지 우두머리의 정보는 단순히 “손 깨끗이 씻는 것 잊지 마시고요”, “나무를 베는 데는 도끼만한 것이 없죠”라고 표현하는 등 제공하는 정보값이 제각각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스테이지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이상 지형이나 출연하는 적을 알 수 없어, 우두머리의 기믹에 맞게 캐릭터를 편성해 가는 만큼 신경 써주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캐릭터 어필도 좋지만, 게임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플레이하는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왔다.
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서 적에게 부여하는 ‘화상’, ‘멍해짐’ 등을 설명하는 툴팁이 따로 없어서 하나하나 인터넷에 검색을 하도록 만든 것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화상’이나 ‘독성’ 등은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다고 해도 ‘멍해짐’과 같이 기존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플레이해봐야 알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가파르게 오르는 난도의 상승폭도 게임 플레이의 피로도를 올렸다. 고작 1레벨 차이가 나는 적 캐릭터의 공격에 내 ‘미니’가 한 번에 죽어버리기도 하고, 딱 봐도 지형적 열세로 페널티를 안고 시작하는 스테이지의 권장 레벨을 낮게 설정해두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으로 넘을 수 없는 체급의 차이를 느껴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이런 난도 문제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의 캐릭터 레벨은 상점에서 ‘고서’를 구입하거나, ‘퀘스트’를 완료해 올릴 수 있다. 인 게임 재화로 얻을 수 있는 ‘고서’의 양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무과금이라면 자연스럽게 ‘퀘스트’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하는 캐릭터를 지정해서 레벨을 올릴 수 없고, 이미 나열된 목록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 계속 승리를 반복하면 퀘스트 난도가 덩달아 상승한다는 점에서 성장 부담을 덜지는 못했다. 패배 페널티가 없어 중간중간 일부로 지면서 난도 상승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패배 경험이 반강제 된다는 점은 이용자 입장에서 유쾌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이외에도 기믹에 맞게 유닛 편성을 일일이 변경해야 하는 프리셋 기능의 부재, 생각보다 길고 잦은 로딩 시간 등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방해 요소가 가득해 눈에 밟히는 부분이 많았다.
요약하자면, ‘워크래프트 럼블’은 기존 IP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에겐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캐릭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다. 다만 게임 자체를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엔 편의성을 비롯한 설명의 부족 등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본다.
소규모 게임사도 아닌 블리자드에서 제작하는 게임임에도 기본적인 부분을 탄탄하게 다지지 못한 결과물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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