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말 전원회의 돌입…경제적 성과 '빈약' 가운데 강경메시지 전망

정영교 2023. 12. 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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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26일 올해 성과를 결산하고 내년도 과업을 확정하기 위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에는 올해 정책 집행 현황, 내년 투쟁방향, 예·결산, 당의 영도적 기능 강화 문제 등 6개 주요 의정이 상정됐다. 특히 4년 차에 돌입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달성을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내년 한·미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핵 능력 고도화 의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27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가 전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개최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2023년을 국력 제고에 있어서나 국위 선양에 있어서 공화국의 영광스러운 발전 행로에 큰 자욱을 새긴 명실공히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라고 규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특히 신문은 김정은이 "당 건설과 국가주권 활동, 정치, 국방, 외교 분야에서 이룩된 새로운 변화와 진전에 대하여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세한 발언 내용은 전하지 않은 채 올해 주요 성과로 '핵 무력 정책의 사회주의 헌법 명기',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중점 목표 점령', '농업 전선에서 보기 드문 풍작' 등을 꼽았을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첫 안건인 '2023년도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 총화(결산) 관련 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군사정찰위성과 고체연료 방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등 국방 분야를 제외하면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북한 내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 매체들이 전원회의를 앞두고 경제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뤘지만, 김정은이 직접 찾은 곳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입장에선 '12개 중요고지'까지 선정하며 관심을 쏟은 경제 분야의 성과가 미흡하다면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여전히 러시아와의 불법 거래에 골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이 탄약과 포탄 지급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능력 고도화 기술 뿐 아니라 식량과 원유 등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 나진항에 10월부터 12월 초까지 꾸준히 러시아 선박이 드나들며 컨테이너 수백개를 선적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응답기를 끈 채 레이더를 피하는 '유령선'이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북·러가 11월 이후 포탄 50만개를 추가로 거래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보당국은 8월~10월 사이 북한이 러시아에 이미 100만발 이상의 포탄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26일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 전원회의 일정에 들어갔다. 북한 노동당의 연말 전원회의는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 국정운영 방향과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한 자리다.사진은 전원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당 중앙위원회는 "성과들을 총화하고 새해 2024년도 당 및 국가사업발전방향과 방략을 책정해야 할 중대한 시각을 맞이했다"고 이번 전원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분야별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이 이미 8차 당대회에서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밝히며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기 때문에 '최고 존엄'의 위신을 세우는 차원에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계획을 달성하려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전원회의는 전례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곧이어 북한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를 대신해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회의 결정서나 김정은의 연설문을 공개하며 새해 정책방향이 담긴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북한의 지난 18일 ICBM '화성-18형'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이창호 정찰총국장 등 북한 국적자 8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 조달과 금지품목 거래 등에 관여한 혐의다.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조용원 당 비서가 벤츠에서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TV 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고위간부들이 최고급 벤츠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을 전격 공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과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상 영상에선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벤츠 S클래스를 타고 회의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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