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0억짜리인데…얼음도 못 얼리는 강릉 스케이팅장의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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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6년 만 국제경기
2018평창겨울올림픽 끝난 뒤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6년 만에 국제경기가 열린다. 하지만 청소년올림픽 대회가 끝나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 또다시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강원 강릉시 등에 따르면 강릉시 포남동 올림픽파크에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선 다음 달 19일부터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개막식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 펼쳐진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이곳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다. 이곳(연면적 3만7455㎡)은 국비 948억원 등 1264억원을 들여 2017년 지었다. 태릉 국제스케이팅장과 함께 400m 더블트랙을 갖춘 국내 두 곳뿐인 국제규격 실내 빙상장이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평창올림픽 이후 얼음을 만들지 못했다.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하려 했지만 한 번에 4000만원에 달하는 제빙비용과 한 달에 7000만원이 넘는 전기료 부담이 컸다.
매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관리 비용이 발생해 얼음을 얼리는 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올림픽 다음 해인 2019년 육아박람회 행사장으로 썼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영화 세트장, 2022년에는 평창기념재단 행사 등이 열렸고, 올해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 등 3개 행사가 열린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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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트장 대관비 빼면 수익은 수천만원 불과
수익은 2019년 2371만원, 2020년 5억8369만원, 2021년 4억5392만원, 2022년 1억2991만원, 2023년 1141만원으로 영화 세트장 대관비를 빼면 연간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경기장 기본 운영비가 연간 8억~9억원 정도 드는 것을 고려하면 매년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강원도는 이 경기장 유지에 지금까지 30억원 정도 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대한체육회는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라 철거 예정인 태릉선수촌 안 국제스케이트장 대체 부지를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냈다. 2030년 완공 예정인 이 사업 공사비는 약 2000억원(부지 매입비 제외)이다. 현재 강원도 철원군과 춘천시, 경기도 동두천시와 양주시 등 4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공고문을 보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태릉선수촌 안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기준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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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접근성이 문제
강릉지역에서도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강릉시의회는 지난 20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활용 촉구 건의문’을 채택,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발송했다.
이 건의문에서 시의회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빙상 경기를 성공 개최한 강릉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존재하고, 바로 옆에 하키센터와 컬링 센터 등이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동계 스포츠 훈련이 가능하다”며 “새로운 시설 건립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제스케이트장 유치(건립)를 철회하고,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빙상계에선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수도권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접근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등록 선수의 70%가량이 수도권에 있어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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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부가 맡아 관리해 달라"
반면 강릉시의회는 “강릉은 이미 수도권과 반나절 생활권이며 내년에 예정된 부산~강릉 간 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한층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정부가 맡아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016년 문체부와 강원도는 철거예정이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을 올림픽 유산가치, 겨울스포츠 인프라 여건 등을 고려해 존치하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관계부처 간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진행 중인 경기장 활용 방안 용역 결과를 보고 다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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